단체 줄넘기·10인11각 달리기…함께한 1만여 명 화합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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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강남·서초구민체육대회가 각각 개포2동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반포2동 반포종
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는 동별로 단체복을 맞춰 입은 선수단 입장으로 시작됐고
단체줄넘기, 10인11각 달리기,계주 등의 경기와 벨리댄스, 태권도 시범 등 축하공연이 펼쳐
졌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와 응원단원들은 “우리 동이 1등”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지난 12일 강남구민체육대회와 서초구민체육대회가 열렸다. 구민들은 서로의 발과 발을 묶어달리고, 있는 힘을 다해 운동장을 뛰고,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며 초등학교 운동회로 돌아간 듯 신났다. 승패를 떠나 모처럼 함께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구민들의 모습을 전한다.

◆강남구민체육대회

‘제4회 강남구민체육대회’가 열린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개포동) 운동장은 대회 시작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운동장 구석에서는 경기에 참가하는 주민들이 모여 단체줄넘기와 10인11각 달리기 같은 종목을 연습하며 마지막 점검에 열중하고 있었다. 응원단석은 응원 준비와 함께 주민들에게 제공할 음식 장만으로 분주했다. 오전 9시 체육대회 개시를 알리는 염광여자메디텍고 마칭밴드의 공연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이어 각 동을 대표하는 선수단이 입장하면서 본격적인 체육대회가 시작됐다. 선수단은 ‘우승기 그대의 주인공은!’ ‘다 잘해서 정말 미안해요’처럼 승리를 다짐하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앞세워 입장했다. 지난해 종합우승을 차지한 신사동을 마지막으로 총 22개 동 선수단이 입장했다.

 이날 체육대회에는 강남구민 1만여 명이 참가해 지난해 700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아들과 함께 참여한 이순자(57·대치1동)씨는 “대치1동이 지난해에는 입상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올해는 3주 전부터 준비한 만큼 반드시 3등 안에 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둔 일원동·삼성동·세곡동을 라이벌로 꼽았다. 오전 11시가 지나자 운동장에서는 파도타기, 단체줄넘기, 10인11각 달리기 종목의 예선이 열렸다. 경기가 이어지면서 응원석 분위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역삼1동은 품바 공연팀의 응원으로 흥을 돋웠다. 역삼1동 주민자치위원장 이석환(55)씨는 “축제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데 의의 가 있다”며 “주민들이 보다 흥겹게 응원하고 즐길 수 있도록 품바팀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삼성1동은 서울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의 벨리댄스 공연으로 다른 동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막대풍선과 형형색색의 수술, 페트병, 우산 등 다양한 응원도구가 등장했다.

 경기 후 승패가 갈리자 응원석 희비도 엇갈렸다. 승리한 응원석에서는 환호가, 패한 응원석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모든 응원석은 승패를 떠나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따뜻하게 맞아줬다. 파도타기 예선에서 도곡1동에 패한 논현1동 선수들이 고개를 떨군 채 응원석으로 오자 주민들은 기립 박수로 위로했다. 부인·딸과 함께 응원하던 이상현(39·논현1동)씨는 “파도타기에서 진 것은 아쉽지만 다음 경기인 줄넘기에 승부를 걸겠다”며 “3주 동안 매주 두 차례 열심히 연습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각 동의 주민 5명이 한 팀을 이뤄 달리는 400m 계주였다. 계주 대표로 선발된 주민들은 프로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며 운동장을 달렸다. 응원석 주민들은 자신이 달리듯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계주 경기의 주인공은 우승팀이 아니었다. 61세 나이가 무색하리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준 이용우(일원본동)씨다. 팀은 비록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이씨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자 일원본동은 물론 다른 동 주민들까지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8시간 넘게 펼쳐진 체육대회의 종합우승은 개포4동이 차지했다. 준우승은 일원1동, 공동3위는 역삼1동과 역삼2동에게 돌아갔다.

◆서초구민체육대회

지난 12일 오전 10시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 ‘2012 서초구민체육대회’가 열렸다. 경기장 주변으로 빙 둘러 ‘ㄷ’자형으로 18개 동이 천막을 쳤다. 천막마다 동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응원단들은 대회 개막 전부터 똑같은 옷을 입고 자리를 가득 채웠다.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서초1동 선수단이 가장 먼저 운동장에 들어섰다. 모자와 유니폼이 빨강 일색이다. 이들은 응원단과 중앙무대에 서 있는 내빈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흔들었다. 서초3동은 노란색 모자에 파란색 티를 입고 오색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잠원동은 바퀴 달린 누에고치 모형을 앞세웠고, 주황색 티를 입은 반포2동은 ‘승리보단 정정당당’ ‘반포2동 우승해야죠’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프랑스인이 많이 사는 서래마을을 알리려는 듯 반포4동은 나폴레옹을 떠올리게 하는 옷차림의 프랑스학교장과 중세 프랑스인 복장을 한 남·녀가 선수단과 함께 입장했다.

 정식경기를 시작하기 전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백석예술대학교 학생들이 뮤지컬 공연을, 대불대학교 학생 41명이 태권도 시범을 했다. 공연단 ‘벨리아띠’는 벨리댄스로 축하무대를 꾸몄다.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운동장 한 켠에선 선수들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반포4동 10인11각 달리기팀은 대회 일주일 전부터 연습했다. 서영미(48)씨는 “저녁마다 팀원들과 함께 반포종합운동장에서 발을 맞췄다. 목표는 당연히 1등”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서초4동 단체줄넘기팀도 2줄로 나란히 서 줄을 넘고 있었다. 줄넘기를 네댓 번만 돌려도 줄이 발에 걸려 중단되자 안타까운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백애순(54)씨는 “배드민턴 동호회원끼리 팀을 꾸렸다. 연습량이 부족하지만 1등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식경기가 시작되자 각 동 응원단 열기가 달아올랐다. 막대풍선을 두들기는 사람들, 치어리더 율동을 따라 하는 사람들, 흥에 겨워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 응원 모습이 각양각색이었다. 번외 경기로 ‘어린이 세발 자전거 경주대회’ ‘동장 릴레이 경주’가 열려 관람객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방배1동 응원단 전유경(39)씨는 “얼굴도 모르던 단원이 많았지만 어울려 응원을 하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며 “얼굴에 즐거움이 드러나지 않느냐”며 웃었다.

 이날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경기는 줄다리기였다. 팀들 실력이 팽팽해 예선전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친 끝에 우승한 방배1동 선수들과 응원단은 축제 분위기였다.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선수로 출전한 이광여(59)씨는 “손바닥 살갗이 까지도록 열심히 했다. 힘들었지만 승리해 기분이 정말 좋다”며 기뻐했다.

 대회에서 줄다리기는 방배1동, 10인11각 달리기는 반포2동, 릴레이 경주는 내곡동, 단체줄넘기는 방배4동이 우승했다. 응원상은 서초3동·반포4동·방배1동·양재2동이 받았다. 종합우승은 방배1동, 준우승은 방배4동, 3등은 내곡동이 차지했다.

글=하현정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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