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스님, 비구니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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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동영상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6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를 찾은 한 불자가 대웅전에서 절을 올리고 있다. 대웅전 문에 “피눈물로 참회합니다. 그러나 승가공동체를 붕괴시키려는 불법적 행위에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김성룡 기자]

승려 도박 동영상 파문이 조계종 내부의 비방·폭로전으로 번지고 있다. 도박·음주·흡연은 물론 술집 여종업원 성매수 문제까지, 스님들의 행동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운 온갖 부적절한 처신을 모아놓은 듯한 모양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 충격의 여파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추문에 등장하는 스님들은 현재 조계종단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다.

 16일에는 10여 년 전 ‘신밧드 룸살롱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1년 2월 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의 당시 부의장이던 명진 스님, 종회 의원이었던 자승 현 총무원장 등이 당시 봉은사 주지 A스님 등과 함께 강남 신사동 룸살롱인 신밧드에서 같은 숫자의 여종업원을 앉혀놓고 외국산 양주를 마신 사건이다. 시민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업소 종업원의 증언을 확보, 사실을 확인한 후 당시 총무원장 정대 스님(작고)에게 진상조사를 요구했었다.

 총무원 호법부장에 새로 임명된 정념 스님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자승 스님은 당시 성매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같은 프로에서 동영상 파문을 터뜨린 성호 스님이 “자승과 명진 스님이 성매수를 했다”고 증언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한 사실을 확인할 길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룸살롱을 출입한 점은 부인하지 않은 만큼 그에 따른 비난을 면키는 어렵다.

 1990년대부터 종단의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 온 전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이 음주·도박을, 그것도 종단의 큰 어른인 백양사 수산 방장을 떠나 보내는 49재 전날 했다는 점도 충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정념 스님은 방송에서 도박에 가담한 스님들에 대해 “화투는 치매에 도움이 되는 내기 문화”라고 발언해 오히려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총무원 측은 ‘고발자’ 성호 스님의 과거 행적을 들추고 나섰다. 비구니 스님을 성폭행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그의 속가 모친을 폭행해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스님들의 상식 밖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불교 관계자들은 조계종단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유흥문화, 그에 대한 도덕적 무감각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불교 전문지 취재기자는 “지금은 덜하지만 몇 년 전까지 조계종 중앙종회가 열리면 종로 바닥에서 술 취한 승복 차림의 승려를 발견하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단 집행부 내부에 음주·도박이 널리 퍼져 있다는 얘기다. 그는 “많은 승려가 그에 대한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더 심각하다”며 “조계종 집행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1년 룸살롱 사건 당시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였던 박광서 서강대 교수(물리학)는 “당시 총무원이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버렸다”고 했다. 자기 식구를 감싸다 보니 자정작용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는 “80년 10·27 법난 등 혼란기를 거치며 면밀한 검증 없이 출가한 승려들이 현재 50, 60대가 돼서 종단을 움직이는 자리에 올라 있다”며 “이들이 과거 구습을 버리지 못한 게 이번 도박 사건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성매수 수사 계획 없어”=승려 도박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고발당한 조계사 전 주지 토진 스님 등을 상대로 소환 일정 조율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발자가 스님이다 보니 일정 잡기가 쉽지 않다”며 “조만간 소환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호 스님이 고발한 도박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할 예정이며 추가로 폭로한 성매수 의혹에 대해선 아직 수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준봉·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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