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석 반 집의 환호 … 바둑 월드챔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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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백홍석

백홍석(26·사진) 9단이 16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쉽 결승 4국에서 중국의 당이페이 4단을 아슬아슬한 반 집 차로 꺾으며(257수 백 반 집 승) 종합 전적 3승1패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백 9단은 프로 입단 11년 만에 세계무대에서 첫 우승을 거두며 상금 3억원을 받았다. 백홍석은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기사들 사이에 혼자 남는 바람에 바둑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받았다. 생애 처음 치른 세계대회 결승전과 함께 정말 뜨거운 경험이었고 그 같은 응원 덕분에 우승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랭킹 8위의 백홍석은 2006년 신예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한 뒤 이후 준우승만 9번 한 불운의 기사였고 세계무대에선 거의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전투에 강한 야생마 스타일로 많은 인기를 얻었으나 정작 승부에선 계산이 약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번 비씨카드배는 달랐다. 결정적인 고비마다 반 집 승을 거뒀다.

 백홍석은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박정환 9단 등 에이스들이 중국에 져 모두 탈락한 가운데 박영훈 9단과 단 둘이 8강에 올랐다. 박영훈마저 탈락하자 더욱 기세 등등해진 중국의 강자들 앞에 선 백홍석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였다. 그의 우승을 예상한 프로기사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8강전에서 저우루이양 5단을 꺾은 백홍석은 후야오위 8단과의 준결승전에서는 행운마저 따라주며 막판 기적적인 역전승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12일부터 5번기로 치러진 결승전에서 백홍석은 올해 중국 바둑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당이페이 4단과 마주했다. 중국랭킹 52위의 당이페이는 2012년 들어 세계대회에서만 16연승을 질주해온 약관 18세의 신예강자였다. 1국은 당이페이가 가져갔으나 백홍석은 2, 3, 4국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생일대의 기회를 우승컵으로 장식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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