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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나현, 옥쇄를 꿈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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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전 2국> ○·구리 9단 ●·나현 초단

제10보(100~108)=나현 초단의 흑▲는 황산벌 전투에 나서는 계백 장군을 떠올리게 만든다. 전보의 마지막 수인 흑▲는 ‘옥쇄’를 꿈꾸고 있다. 구리 9단의 낯빛도 숙연해졌다. 상대는 아직 어린 소년이지만 이 대목에선 피차 사활을 걸고 있다. 상대가 정면으로 나온 이상 대마를 잡으러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백이 절대적으로 승산이 있는 싸움이긴 해도 ‘대마불사’의 교훈을 생각하면 조금도 방심할 수 없다.

 100의 씌움은 예정 코스이고 101의 절단도 기호지세. 백은 102로 벽을 쌓고 흑은 105까지 어마어마한 실리를 벌어들였다. 집으로는 이제 백이 흑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이 ‘포식’은 자못 비감하다. 제 아무리 대마불사라 하지만 너무 위태로운 형국이다. 나현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의 심판을 기다린다.

 106이 조용히 떨어졌다. 이것으로 두 집은 없다. 연결도 거의 가망 없다. 연결을 빙자해 중앙 쪽에서 한 집을 내는 방법밖에 답이 없다. 나현의 107이 묘하다. 108이 뻔한데도 107을 두고 있다. ‘참고도’를 보면 흑은 1로 두어 선수 한 집을 만들 수 있다. 그 다음은 중앙인데 5로 선수하고 7까지 최대한 넓이뛰기를 해도 8로 인해 연결은 어차피 불가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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