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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실리는 쌍끌이 부양론

중앙일보

입력

"통화정책(금리인하)만으로 가능한가, 아니면 공약한 대로 재정정책(대규모 감세)까지 동원해야 할 것인가."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의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
10년 호황이 끝나고 경기둔화세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정권바통을 넘겨받는 터라 고민도 보통 고민이 아니다.

경기후퇴를 알리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는 금리인하와 감세라는 쌍끌이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3일 미 연준(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조치의 효과가 금세 사그러들면서 경기 연착륙을 위한 재정정책의 필요성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새해 첫주를 주로 경제참모들과 지낸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감세조치가 신속하게 뒤따라야 금리인하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 빛 바랜 금리인하, 감세정책에 힘 실어줘〓감세 필요성이 예상보다 빨리 부각된 것은 금리인하 효과가 금세 사라졌기 때문. FRB는 지난 3일 6.5% 이던 연방기금 금리를 6.0%로 전격 인하했다.
이에 나스닥이 폭등하자 미 경제에 감돌던 경착륙 우려는 일시에 해소되며 통화정책의 위력이 먹히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주 발표될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미칠 전망이다.
또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민간부문의 신규고용 증가율 등이 발표되면서 새해 첫주 뉴욕증시는 지난해 연말보다 밀린 상태로 끝났다.
통화정책만으론 경기둔화세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부시의 주장에 일단 힘이 실린 것이다.

부시의 경제보좌관으로 지명된 로런스 린지는 6일 "경제가 수렁에 더 빠져들기 전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도 부시편?〓전통적으로 재정지출 확대에 부정적인 국제통화기금(IMF)도 부시의 감세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호르스트 쾰러 IMF총재는 7일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금리를 더 내려야 함은 물론이고 감세조치도 필요하다" 고 밝혔다.

금리 인하보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감세는 기업의 조세부담을 덜어주어 후퇴조짐을 보이는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사회보장확대를 위해 감세에 반대해온 민주당 지도부들도 최근 경기후퇴가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보고, 감세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부시가 제안한 10년간 1조3천억원 규모의 감세정책은 시기와 폭, 대상을 선택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사회보장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저소득층과 공화당의 기업.중산층 사이에서 감세혜택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앞으로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감세를 보는 FRB의 입장〓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감세를 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은 1998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이 점에서 그린스펀은 기본적으로 감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흑자는 98년 이전 30년간 누적됐던 재정적자, 다시 말해 국채상환에 써야 한다는게 그린스펀의 입장이다.
감세가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확산하는 감세주장을 차단하기 위해 그린스펀이 추가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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