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상징하는 반달 그릇 두 쪽 합쳐…류우익·김정옥이 빚은 ‘통일 달항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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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북 문경 영남요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왼쪽)이 백산 김정옥 선생과 백자 통일 달항아리를 빚은 후 ‘평화통일’이란 글자를 써넣고 있다. [사진 통일부]

새도 쉬어간다는 백두대간의 줄기 문경새재. 그 아래 공방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12일 통일 항아리를 빚었다. 중요무형문화재 105호인 백산 김정옥(71) 선생의 영남요(窯)에서다. 류 장관은 김정옥 선생이 발 물레를 돌려 빚어놓은 반달 모양의 그릇 두 쪽을 합쳤다. 마사토와 진주 백토로 만든 달항아리엔 ‘평화통일’ 네 글자를 새겨넣었다. 류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통일 기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일 항아리’에 비유해왔다. 이날 행사는 류 장관이 기획한 ‘상징’의 ‘현실’ 승화 이벤트였다.

 도예 인생 54년, 8대째 요를 구워온 김정옥 선생도 익숙지 않은 ‘이벤트’에 흔쾌히 응했다. “예(藝)에는 늘 요변(窯變)이 있다(가마 속에서 구워지면서 예기치 않은 오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는 김 선생은 백자 달항아리의 의미를 강조했다. 옛날 어머니들이 밥을 지을 때 쌀 한 줌씩 덜어 보관하는 밑천으로 항아리를 택했고 ‘통일 밑천’의 의미로 달항아리가 제격이라는 얘기다. 제작된 항아리는 정중앙 지름이 50㎝. 전 세계에 16개 남아 있다는 조선 백자 달항아리 중 품이 가장 넉넉하다. “달항아리는 똑같은 형태의 반달 그릇 두 개를 합해 그 이음매가 보이도록 하는 게 특징입니다. 달이 이지러지고 차오르듯 남북관계에 수많은 질곡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견뎌대며 ‘영원한 하나’가 되자는 뜻입니다.”

앨런 문

 류 장관은 “IMF 때의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제사회에 우리 국민의 통일의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 돈을 걷지는 않고 필요성만 일깨울 뿐 나머지는 민간이 모여서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캐나다의 도예가 앨런 문(Alan Moon·77)도 참가했다. 인터넷을 통해 행사 사실을 알게 된 뒤 일찌감치 방한해 김 선생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문은 7년 전 김 선생의 요를 찾아와 한 수 배운 뒤 프랑스·나이지리아 등지에서 한국 백자의 우수성을 알려왔다고 한다. 그는 “항아리 스토리를 알게 되면 외국인들도 많이 기부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도 (듣게 된다면) 매우 기뻐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감동적인 아이디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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