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2000 5대뉴스(4) - 명암(明暗) 엇갈린 괴물

중앙일보

입력

일본프로야구에는 두명의 괴물이 있다.

한명은 타석에서, 한명은 마운드에서 그 괴력을 떨친다. 하지만 올시즌엔 타석에 선 괴물이 마운드에 선 괴물보다 더욱더 찬사를 받았다.

그 괴물의 주인공이 바로 '괴물타자' 마쓰이 히데키(27)와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21).

경력과 연봉에서는 마쓰이가 월등히 앞선다. 93년에 요미우리에 입단한 마쓰이는 5번이나 3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3할 타율도 3번이나 기록했을 만큼 힘과 정교함을 완벽하게 갖춘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연봉도 5억엔으로 현역선수 최고다.

마쓰자카는 인기면에서 마쓰이를 추월했다. 고교시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마쓰자카는 99년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퍼시픽리그 인기의 무게중심이 이치로에서 마쓰자카로 옮겨간다고 할 만큼 마쓰자카의 인기는 최고였다.

올 시즌에도 마쓰이의 활약은 빛났다. 타율 0.316, 108타점에 홈런은 42개나 쳐내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고 재팬시리즈에서도 타율 0.381, 3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재팬시리즈 우승의 핵심에 있었다.

이런 활약으로 나온 부산물은 정규시즌 MVP와 시리즈MVP.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마쓰이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해를 보낸 셈이다.

마쓰자카도 올시즌 퍼시픽리그 다승왕(14승), 탈삼진왕(144개)에 오르는 등 그런대로 명성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올림픽 노메달과 스캔들로 그는 고개를 떨구어야했다.

두 번이나 출전한 대(對)한국전에서 각각 5실점, 3실점을 허용하면서 팀패배의 중심에 서있었다. 2년 전 서울에서 있었던 올림픽예선전에서 팀이 한국에 패하자 “한국전에서 꼭 복수하겠다”는 다짐은 물거품이 됐고 결국 노메달로 고국땅을 힘없이 밟어야했다.

하지만 더 큰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9월 13일 여자친구 집에 갔을 때 무면허운전과 불법주차로 경찰에 걸렸지만 이를 은폐하다 한 잡지에 의해서 들통이 난 것이다. 이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로 인해 세이부 사장과 임원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쓰자카는 구단측으로부터 무기한 근신처분으로 받았고 이 사건은 마쓰자카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마쓰이가 최고의 성적으로 훈훈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마쓰자카는 이번 겨울이 춥기만 하다.

하지만 마쓰자카가 이런 시련을 이겨내고 내년 시즌 다시 한번 돌풍을 불러일으킬 것을 모든 팬들은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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