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한파 속 신입 공채는 '하늘에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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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의 여파로 대다수 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채용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어 '취업 한파(寒波)' 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이 신규 공채보다는 필요에 따라 경력자를 수시 채용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어 대학을 갓 졸업한 구직자들은 취업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로는 유통업에서만 채용 인력을 늘리고 있을 뿐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금융권이나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건설업.제조업종의 기업들은 채용규모를 대폭 줄일 전망이다.

또 벤처산업의 부진으로 취업난이 정보통신(IT)직종까지 확대되고 있어 올 상반기 채용 시장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인터넷 채용정보 업체인 인크루트(www.incruit.com) 관계자는 2일 "최근 1백27개 대기업을 조사해보니 올 상반기 채용규모를 확정한 곳은 없었다" 며 "특히 4대 그룹의 채용 규모마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전체 채용시장의 침체가 우려된다" 고 말했다.

삼성의 경우 시장상황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채용계획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장 채용 규모가 큰 삼성전자가 지난해 이미 3천명을 뽑은데다 반도체값 하락으로 경기가 불투명해 채용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또 구조조정중인 현대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자 탈락으로 중장기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LG도 지난해 수준의 대규모 채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텔레콤 등 정보통신사업 관련사를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해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 것" 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화·효성·두산·금호·동부·한솔·대상그룹 등도 올 상반기 채용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아예 하반기에만 채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용전문기업인 한국인재은행은 최근 "올해 30대 기업의 채용 규모는 지난해 2만여명보다 다소 줄어든 1만5천여명에 그칠 것" 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업들이 신입사원 공채보다는 경력자 수시채용 방식을 선호하고 있어 대졸 구직자들에겐 기회가 훨씬 적어지고 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4백30여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시키는 것보다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게 더 낫다" 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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