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시대] 가장들 컴백 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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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 시대의 '신인류' 와 '신풍속도' 는 어떤 모습일까.

사회학자들은 우선 그릇된 술 문화에 찌든 한국의 직장인이 가정으로 돌아가 가사를 분담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약속은 주로 평일에 하며 금요일 오후부터는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회사 동료와 친구 모임은 목요일 저녁에 많이 가질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여성의 가사.육아 부담을 줄여 사회 진출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남성이 가사 노동을 더 많이 하는 집도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프랑스에서 가정문화가 일찍 뿌리내린 것은 1930년대부터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돼 남성들이 퇴근한 뒤 집으로 바로 향하도록 주변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말 연휴에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면 지역간 교류가 늘어나 수도권과 지방의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신문도 미국과 같이 주중의 딱딱한 정치.사회.경제정책 뉴스에서 벗어나 정보 중심의 말랑말랑한 주말판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효과도 우려된다. 여가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져 저소득층의 사회적 박탈감이 확산될 수 있다.

그 여파로 범죄와 자살이 늘어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주 5일 근무가 도입된 뒤 오히려 실업률이 높아져 범죄.마약 복용 등이 사회 문제화했다.

주말 연휴를 이용한 레저 인구가 늘어나면 자동차용 기름 소비가 늘어나고 관광지와 골프장 등 개발사업으로 환경파괴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가부장적인 동양문화로 서구에서 나타난 가정으로의 회귀가 상당 기간 늦춰지는 등 예측하지 못한 '제3의 주말 문화' 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진 기자

◇ 도움말 주신 분〓참여연대 박영선 기획실장,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 연세대 오세조 교수(경영학), 동국대 조은 교수(사회학), 신세계 정세원 도쿄사무소장, 롯데백화점 노병용 수도권본부장, 현대백화점 박중삼 전무, 대한항공 염시종 상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동욱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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