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규의 융합교육 이야기] 2. 이순신도 스티브 잡스도 융합인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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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규
스토리텔링 전문가, 단국대 교수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 고(故) 스티브 잡스의 발명품들이다. 정보의 집적과 창출에 용이한 개인 컴퓨터(PC) 시대는 이 발명품들에 뒤로 밀려났다. PC는 ‘나의 것’으로 만족스러웠으나, 이들은 ‘너와 나 사이의 것’이 됨으로써 폭발적인 가치를 빛냈다. 잡스가 말한 바, 이것의 출발점은 ‘liberal arts’에 있었다. 즉 기술은 자유롭고 진보적인 인문적 정신과 융합되면서 극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한 우물만 판 것에서 찾곤 하는데, 사실 한 우물 파기에 융합적인 일이 얼마나 개입되는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잡스의 발명엔 기술·예술·과학·인문학의 융합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정치·사회·문화·기술 등 모든 면에서 가장 빛나는 시대로 조선 세종 시대를 꼽는다. 세종이 각 분야의 식견이 높았고 이를 적절히 융합해 새로운 제도와 기구를 창안해 현실에 성공적으로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경영을 국방에, 기술을 농업에, 수학을 천문학에 연계시켰다. 한글 창제만 해도 그가 문자와 음성에 밝은 언어과학자이기만 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람 간의 소통의 소중함을 아는 인본주의자였고, 우주의 이치를 깨친 철학자였으며, 나아가 그것을 새로운 문자 모형으로 제시할 수 있었던 예술가였다. 한글은 세종의 융합정신의 실천이었다.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이순신도 조선의 유교 가치관이 원하는 문인이었으며, 치밀한 논리와 명석한 판단력을 겸비한 경영자였으며, 무기에 밝은 과학자요 배를 만드는 데 능한 공학도였다. 이런 ‘융합적 인물’의 이야기는 그러나 요즘 학생들에겐 익히 아는 위인 전기로만 그치고 있다. 학생들이 융합적 능력이 없을뿐더러 그런 능력을 키울 만한 환경이 없기 때문이다. 불과 한두 과목을 전공한 교사들에게서 주입식으로 교육할 수밖에 없는 사각형 교실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을 뿐이다.

이를 해결할 한 가지 대안은 바로 융합교육이 가능한 교재의 개발과 적용이다. 그중 하나로 최근 미국 아이비리그 석학들과 국내 교과서 집필진 등 융합인재교육 전문가들이 개발한 『사이언싱 시리즈』를 꼽고 싶다. 예를 들어 그 시리즈 중 하나인 『무슨 말 하는지 알겠니?』라는 책에선 동물과 소통하는 법, 수화로 말하는 법, 한글 창제의 원리, 외계어의 재미와 폐해 등의 주제를 퀴즈·만화·소설·게임·인물·실험 등으로 다양하게 보여준다. 전통 교육에선 과목별로 나눠 배우는 내용이지만, 이 책은 흥미와 호기심으로 다채로운 내용을 습득하게 한다. 융합인재교육이 지향하는 교육이다. 융합인재교육의 실현 가능성은 이런 교재 개발에서 시작된다. www.융합인재교육.com

박덕규 스토리텔링 전문가,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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