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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박근혜는 킹메이커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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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8일 서울대 SK경영관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회견에서 “저는 지금 한국 정치의 구태의연한 틀을 부수는 일을 시작한다. 세력·지역 간 싸움이 아닌, 뺏고 빼앗기는 전쟁 같은 싸움이 아닌, 선거에 패자가 되더라도 떨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의 대선 출마 선언은 새누리당에서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 이어 네 번째다.

 임 전 실장은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상대는 유신 망령이 되살아났다고 공격할 것이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대통령이 되면 (반대편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환생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틀, 노 전 대통령의 틀을 넘어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위원장에 대해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정치적으로 필요한 때”라며 사실상 박 위원장의 출마 포기를 요구했다. 3선 의원 출신인 임 전 실장은 현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고용노동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이 때문에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마가 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박근혜계 일각에선 “MB심판론 때문에 수도권 선거를 망쳤는데 이제 와서 박 위원장에게 출마를 포기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구상찬 의원)라는 반발도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이어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우리 시대에 해야 할 일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 균형과 합리의 목소리를 냈던 정세균 전 대표도 민주당에서 깃발을 높이 들어달라”고 말했다.

 쟁점인 새누리당의 경선 룰과 관련, 그는 “경선 룰을 손볼 수밖에 없다. 경선 시기도 늦춰야 한다”고 했다. 다만 비박(非朴)계 주자들과의 연대에 대해선 “또 하나의 구태의연함”이라며 거리를 뒀다. 당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 여러 비박계 주자들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SD(이상득 의원)의 양아들 중 장남이 있죠. 이 정부에서 온갖 영화를 다 누렸죠. 이분이 지금 뭐를 해야 할까요?”라고 적었다. 당내에선 정 의원이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임 전 실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하·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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