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방] 시즌 히어로 박경완&송지만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히어로는 단연 MVP의 주인공 박경완이다. 그는 골든글러브를 비롯 연말의 각종 상을 싹쓸이 함과 동시에 올림픽 동메달의 영예까지 누렸고 12월 17일 결혼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 2000년을 '생애 최고의 해'로 장식했다.

사상초유의 4연타석 홈런을 뿜어내며 홈런왕에 등극한 박경완이 MVP를 거머쥘 것이라는건 예견된 일이었지만 85%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이면에는 송지만의 도중하차가 작용했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시드니올림픽 대표로 뽑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송지만의 투혼은 현지 연습경기부터 돋보였고 실전을 방불케하는 파이팅으로 슬라이딩을 하다 발목 부상으로 대표에서 탈락, 귀국길에 올라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송지만은 올시즌 초반부터 괄목할만한 성적를 올렸고, 7월 23일 미스터올스타에 선정되며 아들까지 얻어 겹경사 가운데 전반기를 마감해 0순위로 시즌MVP를 예약했었다.

서러웠던 무명생활의 종지부는 화려한 비상으로 탈바꿈했고, 6번 타순은 4번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상을 털고 팀의 주축으로 얼마나 빨리 복귀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경완 역시 부상의 터널은 길었다. 어깨 팔꿈치 등 부상부위가 넓고 깊어 99년 말에는 '이제 박경완도 끝났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재활로 다시 태어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이기며 프로야구판을 뒤흔들었다.

백업포수 없이 시즌내 현대의 안살림을 도맡았고 하위타선에 포진한 그의 한방에 현대의 행보는 말할 수 없이 가벼웠다. '포수홈런왕'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타구단 안방마님들의 넋잃은 표정은 동계훈련장의 땀방울로 녹아날 듯 하다.

송지만으로 시작해 박경완으로 끝난 올시즌 프로야구. 아마시절과 프로초기 무명의 세월을 겪었던 연습벌레들의 만개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모든 야구선수들에게 공통된 교훈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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