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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e-마켓 출범 4개월째 표류

중앙일보

입력

업종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의 선두격인 조선 e-마켓플레이스 출범이 4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27일 산업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조선 e-마켓은 당초 9월중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업체간 갈등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연내 출범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부품.자재 공동구매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조선 e-마켓은 지난 8월 산자부가 선정한 B2B 전자상거래 시범사업 대상 9개업종 가운데 조기 실현가능성이 높아 업종별 B2B 확산의 대표적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었다.

이처럼 조선 e-마켓 출범이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합작법인 대표이사(CEO) 선임문제를 둘러싸고 참여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 대우중공업간에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20.9%)인 현대중공업은 K모 상무, C모 이사를 대표이사로 추천했으나 삼성과 대우가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며 이를 거부했고 대신 대우와 삼성이 추천한 관료출신 L모씨에 대해서는 현대가 비토를 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CEO 선임문제가 표류하면서 초기 자본금 납입과 솔루션업체 선정작업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EO 선임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재원조달, 예산, 사무실, 직원충원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각사의 파견직원들이 사무실이 없어 조선공업협회 회의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28일 오전 현대, 대우, 삼성, 한진, 삼호 등 참여 5사 대표들과 만나 CEO 선임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조선 e-마켓의 필요성에 관한 업계의 인식이 충분하지 않을 뿐더러 업체간 이해가 상충되는 요소가 적잖은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올해 중반부터 독자적인 온라인 부품구매 사업을 시작한 현대는 전체 자재의 5.6%에 해당하는 일부 공동자재만을 대상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삼성과 대우, 한진측은 자재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업체간 주도권 다툼에 문제가 있지만 정부도 업계 공동의 B2B모델을 만든다는 명분을 앞세워 각 업체를 무리하게 끌어들이는 바람에 조선 e-마켓출범자체가 어렵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각 업체가 준비중인 사이트간 경쟁을 통해 B2B 시장의 선도자가 나오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일단 각 업체가 독자적으로 시행한 뒤 통합하는 `선시작 후통합''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업계 공동의 B2B망 구축은 해당업종의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필수적이며 각 업체의 이해와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늦어도 연초까지는 조선 e-마켓이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지난 10월 20개 조선소가 참여해 Tribon.com을 설립했고 일본도 대형조선소를 중심으로 내년 3월부터 B2B 사이트를 본격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어서 세계 B2B 시장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도 조선 e-마켓 출범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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