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9) - 콜로라도 로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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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가 끝날때까지 콜로라도 로키스는 지구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3.5경기차로 뒤쫓고 있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마감시한에 맞춰 마이크 랜싱, 롤랜도 아로호, 스캇 칼 등을 내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한다. 즉시전력감을 버린 이 결정은 '시즌포기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번 스토브리그를 통해 그들이 기약했던 '훗날'은 바로 내년임이 밝혀졌다.

콜로라도는 지난해보다 10승을 더 거뒀고(82승 80패), 순위도 한계단 오른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10승 이상의 '희망'을 발견한 의미있는 한 해였다.

1. 체질을 바꿔라

지난 겨울 콜로라도의 전력보강은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추진됐다.

팀의 주포였던 단테 비셰트, 비니 카스티야를 희생하고 제프 시릴로, 제프리 해먼즈, 톰 굿윈을 얻은 타선의 변화는 파워에서 정확성으로의 변화였고, 데릴 카일, 데이브 비어즈, 제이미 라이트의 자리에 요시이 마사토, 롤랜도 아로호, 스캇 칼, 호세 히메네스를 채워넣은 것은 '싱커형 투수'의 확보였다.

이것은 쿠어스필드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파워히터의 수집에만 골몰했던 그동안의 모습을 완전히 뒤엎는 일대변혁이었다.

2. 로키스의 대모험

단테 비셰트    .294 23홈런 90타점
비니 카스티야 .222  6홈런 42타점

제프 시릴로    .326 11홈런 115타점
제프리 해먼즈 .335 20홈런 106타점

결국 그랬다. 비셰트(보스턴)와 카스티야(템파베이)는 안드레스 갈라라가(텍사스)와는 달리 쿠어스필드에 의해 과대포장된 선수들이었으며, 해먼즈의 20홈런으로 꼭 파워히터를 고집할 필요가 없음도 밝혀졌다.

콜로라도 타자들은 지난해보다 48개가 적은 161개의 홈런을 쳤지만, 득점면에서는 오히려 62점이 증가했다. 토드 헬튼이 이끈 타선은 여전히 내셔널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쿠어스필드를 벗어나면 그저 평범한 타선으로 변하는 문제점은 여전했다.

홈경기    48승33패 .334 112홈런 591타점
원정경기 34승47패 .252  49홈런 314타점

3. 토드 헬튼

4할도전에도 실패하고, MVP도 놓쳤지만 풀타임 3년차 토드 헬튼은 마침내 콜로라도의 중심타자로 태어났다.

비셰트와 카스티야가 이적하고 래리 워커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헬튼은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혹자는 그가 로키스의 유니폼을 입은 타자라는 이유 때문에 그의 수치를 무시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다음은 헬튼이 한 시즌을 원정경기로만 출장했을 때의 올시즌 성적이다.

타율 .353 출루율 .441 장타율 .663 30홈런 118타점 90볼넷

4. 로키스의 대모험 2

올시즌에 임하는 콜로라도가 가장 걱정한 부분은 '뒷문'이었다.

지난해 31세이브를 올렸던 데이브 비어즈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떠나보낸 것. 신임 버디 벨 감독은 그동안 셋업맨 역할을 했던 제리 디포토와 세인트루이스에서 데려온 호세 히메네스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뒷문지기의 역할을 히메네스에게 맡겼다. 이것은 올시즌 벨이 내린 최고의 결정이었다.

한때 불패가도를 달리기도 했던 히메네스는 '싱커의 마술사' 케빈 브라운(LA 다저스)에 비견되는 묵직한 싱커를 내세워 5승 24세이브(2패) 방어율 3.18의 성적을 거뒀다.

그의 24세이브에는 도합 34홀드로 히메네스를 지켜준 두 명의 좌완투수, 게이브 화이트와 마이크 마이어스의 몫도 컸다. 이들은 놀랍게도 쿠어스필드에서 각각 2.80과 2.05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발진에서의 승부수는 불발에 그쳤다. 요시이는 무려 15패를 당했으며 칼과 아로호는 이미 콜로라도의 유니폼을 벗었다.

5. 리베라 메

과연 마이크 햄튼은 그들을 구원할 구세주일까.

얼마전 콜로라도는 1억2천1백만달러를 들여 좌완투수 햄튼을 데려왔다. 그가 쿠어스필드에서 장례식을 치룰지, 최초의 개척자가 될지는 내년을 지켜봐야 알겠다.

데니 네이글까지 영입한 콜로라도는 이로써 햄튼-네이글-브라이언 보해넌-론 빌론으로 이어지는 최강의 좌완 로테이션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덴버만 벗어나면 '안방호랑이'가 되는 타력은 아직 미지수다. 타선의 한 축인 제프리 해먼즈마저 이적한 상황에서 콜로라도는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록 워커가 돌아온다고 해도, 헬튼-워커-시릴로에게 몰려 있는 편중 현상은 분명 개선되어야할 부분이다 . 또한 후안 피에르가 1번타자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괜히 '중용'을 말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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