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부가 망가뜨린 ‘기대주’ 이정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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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에겐 ‘표정 연기의 대가’라는 평가가 있다. ‘감성정치’에 능하다는 얘기도 있다. 이 대표는 4일 전국운영위원회(운영위)에서 시종 결연한 표정으로 ‘당원’을 언급했다. “진보정치에 십수 년 몸바친 당원을 책상머리에서 내몰아” “당원 한 사람이라도 헌신짝 취급해선 안 된다” “당원의 명예를 지켜낼 수 있다면 (내) 몸이 가루가 돼도 후회가 없다”.

 ‘당원’을 끌어들여 감성적인 워딩으로 난국을 돌파해 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난국에서 지켜 내려 한 것은 당권파의 기득권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이미 확인된 ‘팩트’마저 부인하면서 경선 부정을 고발한 당 진상조사위를 공격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운영위 회의를 통해 이런 모습을 지켜본 비당권파 당원들은 당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이정희의 실체를 봤다” “경기동부연합 의 꼭두각시”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트위터에선 이 대표에 대한 ‘언팔운동(친구 끊기)’이 벌어졌다. 지난 3월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 의혹 때 민주통합당에선 “ 당권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철저히 발뺌한다”거나 “정치를 잘못 배웠다”는 비판이 많았다. 당시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지만 이번엔 퇴로가 없다는 관측이 많다. 18대 국회에서 진보진영의 ‘기대주’ 소리를 듣던 이 대표였지만, 수면 밑의 당권파가 오히려 그를 망가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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