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화가 수로부인에게 바친 철쭉의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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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과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리산 세석평전·노고단, 주왕산에도 철쭉꽃이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철쭉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향가 ‘헌화가(獻花歌)’의 소재다.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절세미인인 아내 수로부인과 함께 강릉태수로 부임할 때였다. 일행이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는데, 근처 까마득한 절벽에 핀 철쭉꽃이 눈에 띄었다. 수로부인이 “누가 저 꽃을 꺾어다 주겠소?”하고 물었으나 모두 뒤로 물러섰다. 그때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부인의 말을 듣고는 꽃을 꺾어와 ‘헌화가’와 함께 바쳤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철쭉꽃은 고운 연분홍색이고, 산철쭉은 보랏빛이다.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지만 철쭉·산철쭉은 꽃과 잎이 함께 핀다. 진달래는 꽃을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고 하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 불린다. 정원에서 맘껏 화려함을 뽐내는 영산홍은 일본에서 철쭉을 개량한 원예종으로 ‘왜철쭉’이라고도 칭한다. 색깔에 따라 붉은꽃은 영산홍(映山紅), 보라색꽃은 영산자(映山紫), 흰꽃은 영산백(映山白)으로 구분한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이름을 제대로 불러준다면 봄꽃의 아름다움을 보다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날이 낀 이번 주말과 휴일 전국이 맑고 포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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