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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3차 핵실험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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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영진
논설위원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을 두고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 2차 핵실험 과정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을 사실상 차단해왔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은 물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를 통해 강력한 경고를 발했다. 김정은이라는 새로운 북한 지도자를 ‘길들이기’라도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가.

 북한의 1, 2차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규탄, 핵실험 강행, 다시 안보리 제재 실행의 패턴을 보였다. 이에 비해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와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2006년 1차 핵실험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있었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해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제재함으로써 북한의 해외 거래를 상당 부분 마비시켰다.

 북한은 7월 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는 규탄 결의 1695호를 채택했고 북한은 10월 3일 1차 핵실험 계획을 발표한 뒤 6일 뒤 핵실험을 강행했다. 안보리는 다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했다.

 2차 핵실험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한 때 일어났다. 사건 직후인 8월 김정일은 뇌졸중에 걸려 사경을 헤맸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는 등 유화적 조치들을 이어갔다. 2009년 초 새로 취임한 오바마 미 대통령 정부도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4월 5일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자 유엔 안보리는 의장성명을 채택해 비난했고 북한은 4월 29일 핵실험을 예고한 뒤 26일 만인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안보리는 다시 강력한 제재를 실행하는 1874호 결의를 채택했다.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선언으로 맞섰다.

 이상의 과정은 북한이 미국이나 우리와의 관계가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강행해왔음을 보여준다. 1차 핵실험 당시 미국과의 관계는 나빴지만 남북관계는 상대적으로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2차 핵실험 때는 정반대다.

 다만 미사일 발사→안보리 조치→핵실험→안보리 조치의 패턴은 분명했다.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안보리 조치가 있었다. 예전대로라면 북한이 핵실험으로 응답할 차례다.

 북한은 1, 2차 핵실험이 있었던 함경북도 풍계리 만탑산에서 오래전부터 갱도 공사를 벌여왔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한·미 당국자들이 핵실험 여부가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정황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조만간 강행할 것임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1, 2차 때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1차 때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의 시차가 3개월가량이었고 2차 때는 1개월20일이었다. 핵실험을 예고한 시점부터 강행한 시차는 각각 6일과 26일이었다. 이번엔 지난달 13일 미사일을 발사한 뒤 21일이 지난 현재 핵실험 예고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일부에선 중국이 핵실험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조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북한의 목적은 따로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김정은의 중국 방문 의사를 전달하는 자리였을 것이다.

 사실이라면 중국으로선 곤혹스러운 문제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한창 진행되는데 김정은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한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일정 냉각기를 거쳐 김정은 방문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통해 북한이 노리는 것은 중국을 여전히 북한 편으로 붙잡아두는 것이다. 또 중국의 경제적 지원도 끌어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런 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에 따라 북한은 1, 2차 때와는 달리 상당 기간 핵실험을 유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아예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다. 우라늄 핵폭탄을 터트린다면 북한이 빠르게 보유 핵무기 숫자를 늘려갈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되는 길이다.

 결국 시점만 문제이지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