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도 받고, 음주운전자도 받고 … 술술 샌 산재 보험급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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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건설사 직원 김모(43)씨는 2010년 5월 일하다가 엉덩이를 크게 다쳐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로부터 1년간 산업재해 요양급여 1900만원을 받았다. 그 사이 김씨는 범죄를 저질러 지난해 3~5월 포항교도소에 수감됐다. 복역 중인 사람은 산재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공단의 감독이 소홀했던 탓에 김씨는 보험금을 계속 챙길 수 있었다.

 정모(54)씨는 2010년 3월 서울 강북구의 한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사서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졌다. 그러나 남편이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 회사 창고에서 비품을 들고 가다 다친 것으로 꾸며 산재 요양급여 1387만원을 받아냈다.

 감사원이 지난해 11~12월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집행실태’ 감사 결과 이런 식으로 새나간 근로복지공단 산재 보험급여는 2008~2011년 55억원에 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일을 못하게 된 근로자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요양급여를, 쉬는 동안 임금을 보전해주는 목적으로 휴업급여를 지급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2일 “근로자의 은폐와 조작, 공단의 형식적 조사로 인해 보험급여를 부당 지급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다쳤거나(27명, 10억4676만원) 쉬는시간에 발생한 사고인데도(7명, 2억2666만원) 산재라고 허위 신고해 보험금을 챙겨갔다. 개인적인 일로 다치고 나선 업무 중 다친 것처럼 의료기록을 조작한(10명, 9271만원) 사례도 있었다. 취업한 상태인데도 휴업급여를 받아가고(52명, 2억364만원), 심지어 교도소 등에 복역 중인 근로자 72명이 휴업급여 총 5200만원을 부당하게 타내기도 했다. 또 이번 감사에서 산재보험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강원도 병원 한 곳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불법으로 세운 속칭 ‘사무장 병원’으로 드러났다.

 이날 감사원은 부당 지급한 산재 보험급여 55억원을 환수하고, 승인 업무를 잘못 처리한 소속 직원 2명을 문책하라고 근로복지공단에 통보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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