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강지원 변호사의 신문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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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NIE 연구위원단 왼쪽부터 심미향 위원, 이정연 위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푸르메재단 대표, 타고난적성찾기국민실천본부 상임대표, 청소년잡지 ‘큰바위얼굴’ 발행인 …. 강지원(63) 변호사를 수식하는 직함을 세려면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관련 분야도 법·정치·청소년 보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강 변호사는 “여러 분야의 일을 하다보니 정보의 보고인 신문이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그의 신문 활용법은 체계적인 스크랩이다. 매일 오전 신문을 읽으며 관심이 가는 기사를 오려낸 다음 주제별로 분류해 파일함에 보관해 두고 있다. 신문 기사를 모아놓은 파일함으로 책꽂이가 가득 찰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중학교 시절 신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스크랩을 시작한 습관을 여태껏 이어오고 있다.

종이 신문은 숲과 나무 고루 볼 수 있게 해줘

강지원 변호사는 “신문을 펼치면 어느 곳에서든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생각, 의견을 만나 토론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옥 기자]

강 변호사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뇌 발달’이다. ‘영원한 청소년 지킴이’라는 그의 별칭처럼 청소년 보호 운동에 열을 올리다 보니 교육과 의학에까지 관심이 뻗어나간 것이다. 그는 “뇌에도 발달 단계가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전두엽·측두엽·두정엽 순서로 개발되는데, 이 단계에 따라 적성들이 나타나는 거예요. 전두엽은 문화·예술 분야, 두정엽은 수학·과학적 사고력과 관련이 있거든요.”

 그가 뇌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은 신문을 통해서다. 뇌와 관련된 기사가 눈에 띄면 어김없이 스크랩을 해놓고 반복해 읽었다. “제가 뇌 과학을 따로 공부할 시간이 있겠습니까. 인터넷을 뒤진다 해도 정보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고, 심지어 틀린 정보도 적지 않아요. 공신력 있는 신문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고 상식을 얻어가는 게 효과적인 공부 방법이죠.”

 강 변호사는 “온라인은 보이지 않는 아크로폴리스 광장”이라고 비유하며 인터넷으로 정보를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인터넷 공간은 마치 광장처럼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지만, 여기저기서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의미다. “모든 소리가 중구난방으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있다 보면 나의 관심사, 나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골라 듣기 쉬워요. 굉장히 지엽적이고 작은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게 전부인양 착각할 수 있다는 거죠.” 종이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종이 신문은 공신력 있는 전문가 집단에 의해 숲과 나무를 골고루 볼 수 있도록 편집이 돼 있어요. 한 사회의 지성을 대표하는 이들이 우리가 가야 할 길과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죠. 그래서 청소년기에 신문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과 사회를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사회 이슈 중 주제 골라 토론으로 생각 확장

강 변호사는 청소년들에게 “신문을 읽고 토론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당부했다. “내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토론할 기회가 없었다는 게 가장 아쉽다”며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생각을 확장하고 심화해 나가는 것은 한 차원 높은 정신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토론 교재로는 종이 신문을 추천했다. “종이 신문은 어젠다 세팅이 아주 탁월한 매체”라는 게 이유다. 어젠다 세팅은 매스미디어가 여러 현행 이슈 가운데 논의에 부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중요한 사회 이슈로 중점 보도하는 기능을 말한다.

 신문 기사를 읽을 때는 “항상 비판적인 자세로 검증하며 읽어라”고 조언했다. 신문에 실린 내용을 무조건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는 지양하라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나는 지금도 기사를 이런 태도로 읽는다”고 말했다. “내 생각과 다른 내용이 있으면 밑줄을 긋고 체크 표시를 하면서 의문부호를 던지는 거죠. 기사를 검증하면서 내 생각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제3의 더 뛰어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청소년들이 신문에서 찾아봐야 할 기사도 골라줬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춘기 중학생들에게는 심리·정신분석학적인 기사를 권했다. 정체성 문제로 고통을 겪을 때 기사를 통해 다른 친구들의 고민과 방황을 접하게 되면 심리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진로·적성과 연계된 기사 찾기를 추천했다. “내가 앞으로 진출하고 싶은 분야의 동향은 어떤지, 최신 연구 결과는 뭐가 있는지 등을 읽다 보면 진로가 훨씬 명확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강지원 변호사에게 신문이란 ‘마중물’이다

마중물은 펌프에서 새 물을 뿜어 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말한다. 강 변호사에게 신문은 ‘나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새로운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쏟아부어야 할 수많은 참고자료다. 그가 강조한 토론 능력을 얻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아무 정보도 없이 토론이 가능합니까? 현안에 대한 상식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찬성과 반대 의사를 밝힌 전문가들의 견해도 참고해야지요. 그 안에서 제3의 뛰어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신문이 마중물인 만큼 신문에 담긴 정보와 자료 자체를 배우고 익히는 것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안목, 현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는 “나를 검증하고 확장하는 도구로 신문을 활용하는 게 최고의 NIE”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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