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300등 상근이, 아빠의 눈물 본 후 3년 … 서울대 장학생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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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300등이던 유상근(오른쪽)씨가 서울대에 입학하는 데는 아버지 유봉열(53)씨가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김진원 기자]

꼴찌들의 성적 역전 스토리를 담은 TV드라마 ‘공부의 신’이 화제였다. 꼴등을 하던 주인공들이 ‘전교 1등 따라잡는 비결’ ‘꼴찌가 1등 되는 비법’ 등을 전수받은 뒤 상위권 대학에 입성한 이야기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이룬 사람들이 있다.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가 ‘성적 역전, 나는 1등이다’ 시리즈에 소개할 주인공들이다. 한때 열등생이었던 그들은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우등생이 됐다. 그들의 공부 비법을 따라 하다 보면 여러분도 성적 역전의 달인이 될 수 있다.

박정현 기자

유상근(24·서울대 대학원 영문과)씨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중학교 1학년 무렵. 아버지가 힘들게 사업을 시작하고, 엄마는 할머니를 간병하느라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고3 수험생이던 누나는 밤 늦게야 집에 돌아와 유씨는 혼자 집을 지키는 날이 많았다. 혼자 집에 있는 것이 싫었던 유씨는 오자마자 가방을 던져 놓고 밖으로 나갔다. 열다섯 살 상근이는 사람들이 말하는 문제아였다. 공부는 내팽개치고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짓만 했다.

중학교 3학년 어느 날, 담임교사가 유씨를 불렀다. 반 학생들을 아들, 딸이라고 부르는 교사였다. 유씨의 손을 잡고 보듬으며 말했다. “아들아, 지금의 자리는 네 자리가 아니란다.” 다들 자기를 문제아로 취급할 때 반항심에 더욱 그에 걸맞게 행동하던 유씨. 하지만 담임교사는 그를 모범생처럼 대했다. 이윽고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날 저녁, 유씨는 아버지의 눈물을 보게 됐다. 아들의 모습에 화가 난 아버지가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잔뜩 먹고 집에 왔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몽둥이를 들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아들 앞에서 눈물만 흘렸다. ‘이대로 살면 안 되겠구나. 공부를 해야겠다.’ 그날 밤 결심을 했다.

다음날 상근이는 삭발을 했다. 어울려 놀던 친구들에게 “앞으로 함께 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멋 내려고 줄였던 교복을 뜯어서 고쳐 입었다. 전교 1등을 하던 친구에게 함께 공부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전교 300등이던 상근이는 2년 뒤 전교 5등에 올랐다. 1년 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아버지의 눈물 한 방울이 그에겐 쇠몽둥이보다 더 아팠다.

 선생님 말 모두 받아 적어 내신노트 정리

유씨는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중3이 되도록 영어단어 happy의 뜻도 모르던 그였다. 공부 방법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시중에 나온 학습법에 대한 책을 모두 구입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의욕이 충만해 열심히 따라 했지만 한 달쯤 지나자 시들해졌다. 고승덕·홍정욱·장승수씨가 쓴 학습법 책을 한 달씩 바꿔가며 자신만의 학습법을 찾아갔다.

내신을 정복하기 위해 교사의 말을 모두 노트에 받아 적는 방법을 썼다. 처음엔 수업시간에 이해도 못한 채 교사가 하는 말을 모두 받아 적었다. 교사의 말이 빠르면 녹음까지 했다. 당연히 글씨체가 엉망이었다. 쉬는 시간에 다시 펜으로 깨끗이 옮겨 적으며 정리를 했다. “주관적으로 판단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필기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어요. 적지 않은 내용에서 시험 문제가 나올 수 있으니 자기가 기준을 세우면 위험해요.”

내신의 경우 교사들이 돌아가며 시험문제를 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때 다른 반을 가르치는 교사가 시험문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 반 필기 내용을 반드시 알아야 내신을 정복할 수 있다. 그 반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의 노트를 빌려 자기 노트와 비교하며 내용을 추가해 넣었다. 이 노트를 일곱 번 반복하며 외웠더니 내신 걱정이 없어졌다. 학원을 다닐 때는 과목별로 두 달 동안 이룰 목표를 세우고 이에 도달하면 그만뒀다. “한 시기에 한 학원만 집중해 다녀야 성적이 오를 수 있습니다.” 

영역별 문제 유형과 풀이법 전부 암기

유씨는 “전교 300등에서 100등으로 성적을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공부의 양만 확보되면 된다”는 것이다. 공부 기술이나 질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인 공부시간의 차이라는 것이다.

“수업을 듣거나 문제 푸는 시간을 제외하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학기 중에는 6시간, 방학엔 10시간 정도 하면 무조건 성적이 급상승합니다.” 하지만 전교 40등에서 1등이 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이때는 반드시 계획을 세워 공부해야 한다. 3년·1년·연간·주간 계획을 세워야 공부 불안을 없앨 수 있다. 예컨대 이번 달에 영어 문법을 공부하면서 다른 영역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데 다음달에 독해 공부할 계획을 미리 세웠다면 안심이 돼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언어 영역은 수능 기출문제의 사고 과정을 암기해야 한다. 작품 자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처음 보는 작품을 객관적으로 읽어내는 방식을 공부하는 것이다. 어떤 작품이 나오더라도 내 주관의 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 성인 99%가 읽어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읽는 법을 공부하는 것이다.

“언어 영역 문제 유형은 30가지예요. 유형에 맞춰 지문만 바꿔가며 반복 출제됩니다.” 이것을 무한 반복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이 틀리는 문제가 어느 유형에 속하지는 유형이 적힌 답지를 보고 파악한다. 논술은 필사로 공부했다 비문학 지문을 보고 베낀 뒤 다시 백지에 외워 썼다. “베끼고 외워 쓰다 보니 표현력과 구조 짜는 게 쉬워졌어요.”

그는 수리 영역이 암기라고 강조했다. 기본 공식을 암기하고, 유형별 풀이법을 외우는 것이다. 생기초 개념→기초 개념→중급 개념→중상급 개념→상급 개념→최상급 개념→총복습 순으로 기본 개념을 암기했다. 기본서를 7번 반복한 후 유형별로 분류를 했다. “수Ⅰ의 경우 28개 유형이 숫자만 바뀌어 출제되니까 유형과 풀이법만 외우면 됐죠. 수학도 암기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공부가 더 잘돼요.” 기출문제는 5번 이상 반복해 풀었다.

외국어 영역 공부는 공부 시간의 80% 이상을 단어 암기하는 데 공을 들었다. “외국어 영역 공부의 8할은 어휘입니다.” 50문제 중 15문제가 어휘 문제다. 문법 유형은 11개뿐이기 때문에 EBS 문법책을 공략하면 된다. 독해를 완벽하게 하려면 문장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주어와 동사를 찾고, 이 동사가 목적어를 취하는지 아닌지, 어느 부분이 부사절인지 뜯어보며 확인해야 합니다.”

300등  1등 이렇게 달라졌어요

·꿈 없었음  영화감독·소설가·학자·외교관

·교사와의 관계 피해다녀야 할 적  언제든 도움받을 수 있는 Q&A 게시판

·부모와의 관계 도망다녀야 할 적, 성적을 숨겨야 할 대상  내 공부의 조력자

·수업 태도 거의 듣지 않음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쉬는 시간마다 교사에게 질문

·노트 필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필기  교사의 말 모두 필기

·자투리 시간 친구들과 이야기, 게임  영어 단어·문법, 수학 공식 오려 가지고 다니며 암기

·예습·복습 학교 수업 예·복습 하지 않고 학원 숙제 위주 학습  학교 수업 복습 최우선, 예습은 방학 때 개념 정리

·선행학습 1년 과정 이상  한 학기 분량만

·언어 공부 학원 수업 수동적 듣기, 학원 숙제  수능 기출문제집 꼼꼼히 반복 분석. 수능 사고방식 암기

·수리 공부 학원 수업 수동적 듣기, 학원 숙제  기본서 위주로 개념과 공식 반복 암기 후 수능 출제 문제 유형별로 분류 정리해 암기

·외국어 공부 학원 수업 수동적 듣기, 학원 숙제  독해 공부 거의 하지 않고 영어 공부시간의 80% 단어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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