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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한국경제 설명회]

중앙일보

입력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관계자들은 19일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상황이 일시적인 것이며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경우 미래는 밝다고 전망했다.

IMF의 호리구치 요스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아자이 초프라 한국과장은 이날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단을 위한 한국경제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추진중인 은행합병 등 금융구조조정에 관한 견해는
▲은행 합병과 금융분야의 강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한국에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이뤄질 문제이다.우리는 그러나 은행의 합병을 금융구조조정의 해답이 아니라 부산물 정도로 보고 있다. 이 문제는 시장의 원칙에 따라 시장이 결정해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가 많은 은행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할 역할이 있다.(초프라)

--구조조정의 시한을 정하는 한국정부의 인위적 조치에 대한 견해는
▲구조조정은 인위적으로 시한을 정할 수 없는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정부는 여기서 단계별로 시한을 정하는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초프라)

한국은 시장체제를 향해 나아가는 전환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정책 요소중 시간요소는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세부적인 사안에 간섭하는 것은 문제지만 대강의 시간표를 정하는 것은 공공정책 면에서 볼 때 별 문제가 없다.(호리구치)

--한국의 원화가 평가절하됐다고 보는가
▲환율은 과대 또는 과소 평가됐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관한 견해를 밝힐 때는 신중해야 한다. 한국의 변동환율제는 시장의 힘을 반영하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 높게 또는 낮게 평가될 수 있으나 그 폭은 크지 않다고 본다.한국은 환율에 대한 '선의의 방관'으로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호리구치)

--한국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은
▲중요한 분야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경제가 둔화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가 10-11%의 성장을 보일때는 일부 문제가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지만 둔화될 때는 드러나게 되는데 문제는 바로 기업분야이다. 기업분야의 매우 큰 부분이 수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만큼 취약하다.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할 수 있을지 모르나 나머지 회생불능의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는 우량 또는 불량 기업을 구분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금융분야에 영향을 주고 불량기업이 덤핑 등을 통해 동종의 우량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들 불량기업들이 사라져야 우량 기업이 성장하고 금융분야가 과거의 문제를 청산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이 점을 알고 조치를 취했으나
시작에 불과하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초프라)

--공적자금의 부실화에 대한 평가는
▲공적자금의 사용에 관한 한 한국 정부는 대체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한국정부는 공적자금을 분별있고 균형있게 사용했다고 본다. 또 이에 관한 백서를 만들어 공적자금의 조성, 사용 및 향후 사용처를 밝힌 것은 바람직스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다.(초프라)

한국정부는 공적 자금을 취약하지만 생존능력이 있는 존재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공적자금 사용에서 발생하는 도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 투명성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호리구치)

--구조조정의 결과로 발생한 실업문제의 해결책은
▲실업 등의 문제는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겪은 것이다.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은 한국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개혁이 실현되고 그 효과가 나타나기 까지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사람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어떤 종류의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얼마만큼 사회안전망을 확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회적 격변없이 개혁을 추진할 만큼 발전했다.(호리구치)

한국의 2000년도 재정상태로 미루어 내년에는 사회안전망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공공사업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죽어가는 오랜 직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새롭고 생동하는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직업 창출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초프라)

--한국경제의 회복 전망과 제2의 세계적 금융위기 가능성은
▲한국경제는 금년 4.4분기에 둔화를 겪지만 정부와 기업이 나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수개월내에 구조조정의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 낭보가 나오게 되면 국내외에서 관망중이던 외국투자가 몰려들어 금융분야가 호전돼 내년에는 더욱 경제가 더욱 역동적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금년 4.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둔화를 겪지만 하반기의 지속가능한 잠재 성장률은 6%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초프라)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IMF 등 국제사회가 개개 국가들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했고 국제금융기구의 탄력성도 강화됐다. 따라서 위기가 다시 발생하기가 어렵고 특정국가에서 위기가 재발하더라도 고립돼 문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호리구치)

--한마디로 한국경제의 장래를 낙관하는가
▲개인적으로 낙관한다. 지금은 세계 경제성장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현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한국경제는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상황이 매우 다르다.(초프라)

한국은 오랜 성장의 역사를 지녔기 때문에 장기적인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민과 한국당국에 중요한 것은 엄청난 잠재력에 상응하는 경제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실적이 잠재력에 못미칠 경우 비관적이 될 것이다.(호리구치)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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