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올림픽 영구종목화 의미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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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전통무도 태권도가 올림픽 '영구종목'이 돼 전 세계적인 스포츠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지난 73년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출범한 이후 27년만이고 태권도가 정식종목이 된 지 6년만의 쾌거로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을 제외하곤 유래가 없는 질적인 성장이다.

유도가 64년 도쿄올림픽에 채택됐다가 누락되는 아픔을 거쳤고 55년 창설된 북한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저항도 한때 만만치 않았음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사건이기에 충분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집행위원회에서 태권도를 올림픽종목으로 잔류시킴에 따라 WTF는 161개 회원국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전까지는 180여개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국가간 메달 경쟁이나 IOC 의사결정그룹의 핵심에 위치한 김운용 WTF총재의 후원을 통해 저변을 확대해 온 태권도의 생명력으로 볼 때 쿠바, 이집트 등 태권도에 대한 투자를 정책적으로 늘려나갈 국가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시드니대회에서 남녀 각 4체급씩 8개가 할당된 금메달도 체급의 세분화, 국가별 쿼터도 확대될 예정이다.

또 북한의 ITF도 IOC가 이미 태권도의 유일한 공인단체인 WTF 경기방식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최근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태권도의 동질성 회복을 언급했지만 IOC의 결정으로 WTF의 지원하에 대한태권도협회-조선태권도협회간 남북교류가 더욱 활성화 될수도 있을 것이다.

태권도의 올림픽종목 `영구화'는 고유의 전통과 얼이 밴 이상 한국문화의 세계속 전파라는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태권도의 이같은 쾌거는 시드니올림픽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됐다는 객관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숙제를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효가격에 대한 동일한 채점제도가 갖는 단조로움을 벗어나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공격기술의 난이도에 따른 차등점수제 도입 등 해묵은 숙제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WTF는 이미 한국체대 등 일부 대학에서 시험 적용하고 있는 경기규칙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관중 서비스와 지구촌 37억 인구의 TV시청자를 고려한 시각적 효과를 고려, 보호장구 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어 `영구종목' 확정 이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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