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새 도청 여는 내포지구 종합병원 유치 사실상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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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종합병원이 들어와야 엄청나게 도시가 발전하고, 없다고 살기 힘들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평소 살면서 중병에 걸려 병원 가는 일 별로 없다. 실생활에 필요한 것은 엄청난 종합병원이 아니며 생활 의료서비스를 해결하는 데 주치의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충남도는 대전에 있는 청사를 홍성·예산군 일원에 조성 중인 내포신도시로 옮긴다. 올해 말까지 이사를 끝내고 내년 1월1일부터 업무를 새 청사에서 한다. 1932년 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한 지 80년 만이다. 신도시는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 995만㎡에 총 사업비 1조9859억 원을 들여 조성 중이다. 도청 신청사는 용봉산(해발 381m) 인근 14만㎡ 부지에 연면적 10만4000㎡,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6월 완공된다. 도는 2020년까지 신도시에 인구 10만 명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대학·병원 등 다양한 정주 기능 확충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도청사가 2009년 5월 착공된 이후 지금까지 정주 기능 확충 작업은 진전된 게 거의 없다. 도는 내포신도시 내 병원 용지(3만2816㎡)에 20개 이상 진료과목을 갖춘 종합병원 유치를 추진해 왔다. 대전·충남과 수도권 지역 병원 여러 곳에 도청신도시 입주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모두 비싼 땅값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했다. 도청이전 신도시 종합병원 용지 분양가는 3.3㎡당 246만이다. 충남개발공사는 지금까지 2차례 종합병원 용지 분양을 공고했지만 신청자가 한 곳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안희정 지사는 “종합병원이 들어와야 엄청나게 도시가 발전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의료 자문할 수 있는, 가까운 데 있는 믿을 수 있는 1차 의료체계 정비가 관건”이라면서 주치의제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사실상 종합병원 유치 포기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자 홍성·예산 지역 도의원들이 발끈했다. 충남도의회 김기영(예산2·선진)의원은 “도지사가 도청이전신도시를 명품 도시로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보여 줘야 하는데도 ‘종합병원이 필요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명문고와 대학 유치 작업도 답보상태다. 도는 지난해 3월 카지노 슬롯머신 제조업체인 하이다코의 이재형 대표 등과 내포신도시에 2015년까지 게임대학을 설립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최근 자금난 등을 이유로 1년간 사업 추진 연장을 요청했다. 또 휘문고 등 명문고교 유치 작업도 모두 실패했다. 도청이전추진본부 박일신 계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대학 정원에 비해 입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포신도시에 입주하려는 대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1월 1일부터 도 본청 직원 1300명이 내포신도시 새 청사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이 무렵에 신도시에 입주하게 될 아파트는 885가구에 불과하다. 아파트를 구하지 못한 도청 직원들은 홍성 읍내 원룸 등에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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