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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절세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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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세계 각국의 규정을 교묘히 활용해 세금을 절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 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애플이 지난해 340억 달러(약 39조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전 세계에서 낸 세금은 33억 달러(약 3조7000억원)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세율이 9.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NYT는 애플의 회피 전략으로 지난해 절감한 액수는 미국 연방정부 세금만 24억 달러였으며 캘리포니아주 정부와 각 지역에서 줄인 세금도 수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애플의 절세 전략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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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애플이 미국에서 사업을 해 벌어들이는 현찰은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자리 잡은 본사에서 수금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대신 네바다주 리노에 있는 자회사 배번캐피털에서 관리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8.84%의 법인세를 매기지만 네바다는 법인세가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1100억 달러에 달하는 현찰에서 나오는 이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배번캐피털은 직원 10명에 불과한 명목상의 회사다. 반면에 연구개발(R&D)은 캘리포니아에서 하면서 1996년 이후 4억 달러 이상의 세금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NYT는 “이 같은 애플의 세금 회피 정책 때문에 본사에서 2㎞ 떨어진 지역 대학인 드안자는 세입이 줄어든 정부가 지원을 줄이면서 강좌를 폐강하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드안자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이 다닌 학교다.

 애플은 국제적인 절세 기법도 잘 활용한다. 대부분의 임원과 제품 디자이너가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자사 이익의 70%를 미국 외에 묻어두는 방법을 찾았다. 대표적인 방식이 ‘더블아이리시 더치샌드위치’로 불리는 세금 회피 방식이다. 2개의 아일랜드 자회사와 네덜란드 자회사가 중간에 낀 이 방식의 실체는 대략 이렇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아일랜드 국적의 자회사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 자회사에 제품을 공급한다. 네덜란드는 판매세가 낮은 데다 아일랜드와 이중과세 방지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낮은 판매세만 낸 뒤 아일랜드 자회사로 간다. 이 회사는 애플이 아일랜드에 세운 또 다른 자회사에 특허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대부분의 이익을 송금한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12.8%의 세금을 물린다.

이익금을 미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아일랜드 자회사에 놔두면 애플은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밖에도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판매되는 음악·동영상·앱 등의 대금을 룩셈부르크에서 받는다. 이곳에서는 전자상거래에 세금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룩셈부르크 자회사의 매출은 전체 아이튠즈 매출의 20%인 10억 달러에 달했다. NYT는 “애플은 1980년대부터 ‘더블 아일랜드 더치샌드위치’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등 제품뿐 아니라 세금 회피에도 파격적인 혁신을 선보였다”며 “월마트가 지난해 59억 달러의 이익 가운데 24%를 세금으로 낸 것과 비교하면 애플 같은 글로벌 IT 업체의 세금 회피는 너무 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 같은 세금 회피가 완벽히 합법적인 데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아마존·시스코 등에서도 널리 쓰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조세제도의 허점을 활용한 편법이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구글이 지난 3년간 미국 밖에서 31억 달러의 세금을 절감했다”며 “구글의 세율은 2.4%로 주요 IT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미국 정부가 애플에 세금을 부과하면 애플은 당장 짐을 싸서 미국을 떠날 것”이라며 “제대로 세금을 거두려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일관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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