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대인관계 적을수록 쉽게 빠져들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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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호 03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첨단 사교의 도구다. 가족과 친구 등 기존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현실에서 얼굴 보기 힘든 유명인과 친분을 맺을 수도 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소소한 일상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 SNS의 마력이 강해서일까. 중독성도 그만큼 강하다. 한번 시작하면 실시간으로 내가 누구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림기능(푸시)을 통해 전해진다. 나도 타인을 실시간으로 쫓아다닐 수 있다. SNS 세계에서 일정한 평판을 유지하려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즉각적 ‘관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머뭇거리면 내 글이나 사진은 뒤로 밀려 사라진다. 자기과시와 체면 차리기, 타인에게 인정받기. 전문가들이 꼽는 SNS 중독의 핵심 원인이다.

SNS 중독 적지 않다는데 …

고등학교 1학년 A양도 친구를 사귀려다 중독된 경우다. A양은 스마트폰을 구입한 직후 랜덤 채팅이 가능한 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새로운 친구 수십 명이 생겼다. 매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같은 반 친구보다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한 남학생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찍어 보내는 등 문제가 발생했지만 A양은 채팅을 그만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A양의 어머니가 우연히 남학생 사진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됐다. 현재 A양은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오강석(정신과)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실질적 대인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SNS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직장이나 학교 생활에 문제가 될 정도로 몰두하는 경우엔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 진단 척도를 개발한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디어중독대응부 서보경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중독자의 77%가 스마트폰의 주된 사용 목적으로 SNS를 꼽는다”며 “스마트폰 중독은 온라인을 통한 대인상호관계, 즉 SNS 사용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터넷 중독 등 다른 중독과 뚜렷이 구분되는 차이다. 게임 등을 통한 가상의 세계에 매료되면서 생기는 인터넷 중독은 현실도피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SNS 중독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생긴다. 일종의 ‘대인관계 중독’인 것이다. 타인의 평가를 통해 정체성을 만들고 내 글이나 사진에 대한 평가에 쾌감을 느낀다. 현실 세계에서 대인관계가 적을수록 SNS에 중독되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늘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자신에 대한 평가나 말이 기대에 어긋나면 충동적으로 반응한다. 서 연구원은 “SNS를 통한 교류는 굉장히 이상적이다. 서로 좋은 말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내가 만들어놓는 이상적인 세계를 깨는 사람에 대해 쉽게 분노한다”고 설명했다.

중독성은 인터넷보다 강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지난해 말 실시한 스마트폰 이용자의 중독 수준 조사에서 사용자의 약 8.4%가 중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에 나온 지 2년 남짓한 스마트폰의 중독률이 인터넷 중독률(7.7%)보다 높다는 것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중독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SNS 중독은 해외에서도 관심 있게 보는 현상이다. 미국 시카고대 부스 비즈니스스쿨 윌헴 호프먼 교수팀은 최근 트위터 등 SNS의 중독성이 담배나 알코올보다 강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SNS 이용 중독성이 높은 이유는 새로 올라오는 글이나 친구들의 반응 등 최근 소식을 즉시 확인하고 싶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매끄러운 인터페이스와 푸시 기능 등 스마트폰 기기 자체의 매력과 특징도 중독을 부추기는 데 한몫한다.

SNS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가 진단을 통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기관 등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SNS 중독도 증상이 심해지면 금단증상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SNS를 통한 인간관계에 익숙해질수록 현실 세계에서의 대인접촉엔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도 문제다. 현실에서 대인관계가 어려워 자꾸 피하고, 피할수록 다시 SNS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접 대인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상처받기 싫어하고 의존적인 성향의 사람이 SNS와 같은 간접적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스마트폰·SNS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직접 사람을 만나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에 불필요한 앱을 모두 삭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만질 ‘핑계’를 줄이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을 한번 들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가입된 SNS를 돌아보고 다른 앱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는 동안 새로운 메시지가 올라와 있어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푸시 기능도 꺼놓도록 한다. 스마트폰 사용 금지 구역과 시간대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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