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비과세 상품에 14조원 유입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과 저소득층 생활지원 등을 명목으로 하반기에 허용한 금융권 비과세 상품에 모두 14조원 정도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투신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7월말 허용된 비과세펀드는 지난 14일 현재 수탁고가 10조323억원으로 발매한 지 5개월여만에 가까스로 10조원을 넘어섰다.

판매 시한이 이달말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마감을 앞두고 막판에 가입액이 다소 늘어날 여지는 있으나 업계에서는 수탁고가 그리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올 연말부터 시작되는 하이일드펀드의 만기도래를 앞두고 투기등급 채권 소화를 위해 지난 10월중순 허용된 비과세고수익펀드도 지난 14일 현재 판매액이 806억원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비과세고수익펀드는 '안전자산 선호'로 특징지워진 올해 금융시장에서 판매에 커다란 한계를 안고있다고 판매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정부의 서민생활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10월23일 판매가 허용된 은행권의 생계형 비과세저축도 발매를 시작한지 거의 두달이 지났으나 지난 14일 현재 판매액이 4조원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1조2천388억원을 비롯해 한빛은행 6천147억원, 조흥은행 3천591억원, 신한은행 3천591억원, 한미은행 3천494억원, 주택은행 2천639억원, 외환은행 1천409억원 등으로 3조4천400억원이 유입됐다.

이외 하나.제일.평화은행.우체국 등도 생계형 비과세저축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집계는 하지 않고 않다. 다만 이들 금융기관들도 판매액이 1조원을 넘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증시활성화를 위해 지난 15일 판매가 허용된 근로자주식저축 상품도 이틀동안 900억원어치가 판매됐으나 정부가 기대하는 1조∼2조원의 신규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과거 금융권이 비과세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은행의 수신유치와 고객들의 수요가 맞물려 거액의 시중자금이 유치되던 경험에 비춰보면 올해의 금융권 비과세 상품은 별다른 인기를 얻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금융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는 기업.금융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안전성을 중시하는 자산운용이 강조된데다 내년부터 이자소득세율이 낮춰지게 돼 비과세 혜택이 큰 메리트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과세 및 절세 상품을 장기적으로 줄여나가던 방향에서 일시적인 정책적 필요에 의해 비과세 상품을 다시 허용했으나 고객인식의 변화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과거보다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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