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제 없어 주말마다 줄서기 고생 … 입석 승객 태워 사고 위험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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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동서울간 시외버스를 타려는 승객들이 줄지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천안시외버스터미널이 지정좌석제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버스에 탑승시켜 시민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더욱이 이를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입석을 받고 있는 일부 운수업체의 얄팍한 상술은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오후 7시 천안 신부동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 매주 금요일 저녁만 되면 이곳은 수 백명의 인파가 몰린다. 특히 천안~동서울 간 노선을 기다리는 승객의 줄은 끝없이 이어져 있어 명절 때 귀성행렬을 연상시킨다. 배차는 15~20분 간격으로 총 57대가 운영 중이다. 이 노선의 일 평균 이용객 수는 1300여 명. 하지만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는 일 평균 이용객이 2000여 명으로 는다. 줄을 서있던 승객 김용성(23·가명)씨는 “평일에는 줄을 서 있어도 버스가 오면 바로 탈 수 있지만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의 경우는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며 “지금이야 날씨가 따뜻해서 그리 힘들지 않지만 겨울이나 여름에는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는 “대부분의 버스가 온양(아산)을 경유해서 오기 때문에 사전예매 서비스를 시행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입석 노인 타면 자리 앉은 승객들 난처

“오며 가며 서서 가는 건 너무 힘들죠. 더구나 앉아있을 때도 노인 분들이 가끔 입석으로 타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직장인 최진우(30·가명)씨는 매주 금요일만 되면 걱정이 앞선다. 본 거주지가 서울시 송파구여서 가장 붐비는 시간인 금요일 저녁마다 천안~동서울간 시외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30분 넘게 줄을 서야 하는 고생은 물론 입석까지 무분별하게 허용되고 있어 불만을 가중시킨다.

 “승객을 선착순으로 버스에 승차시킨 뒤 입석으로 갈 사람을 따로 불러요. 어차피 줄을 서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입석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도 가끔은 입석으로 가죠.”

 백석대학교에 재학중인 이승민(23)씨와 주세은(21)씨도 최씨와 같은 걱정을 한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곧장 이곳 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씨는 “운수업체 측에서 금요일과 토요일은 무조건 입석을 받는다. 그렇다고 입석 고객에게 할인을 해주지도 않는다. 차라리 승객의 안전을 위해 배차를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동서울~천안간 시외버스도 마찬가지. 동서울 시외터미널은 지정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용남고속 측은 입석을 허용하고 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천안을 바로 오는 것이 아니라 잠실~가락시장~장지를 경유하기 때문에 좌석이 없는데도 중간중간 승객을 태우는 것이다.

천안~동서울 간 노선을 독점운행하고 있는 ㈜용남고속 관계자는 “급한 승객들만 입석을 허용하고 있다. 승객들이 입석을 안태우면 기사들에게 심한 욕을 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도로교통관리공단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에 의거 100㎞ 이상의 자동차 전용(고속)도로에서 입석을 허용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고 회당 7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며 “더구나 손잡이도 없는데 입석을 눈감아주다 자칫 사고가 날 경우 큰 화를 입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동서울~천안간 시외버스에서 한 승객이 입석한 모습.

금요일마다 대학생·직장인 승객 몰려

천안~동서울간 버스에 승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천안인근에 대학(교)이 많고 금요일마다 직장인들의 유동인구가 늘기 때문이다. 아산에서 출발한 버스가 천안을 거쳐 장지~가락시장~잠실을 경유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서울 남부터미널(서초)의 경우는 천안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인근 센트럴 시티(강남)로 가는 노선을 지정좌석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승객이 분산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천안~청주간 시외버스도 무분별하게 입석을 허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천안~청주간 소요시간은 40분이며 총 52대가 운행 중이다.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에 재학중인 김재민(21)씨는 “청주 노선은 평일에도 사람이 몰려 신문지를 깔고 바닥에 앉아서 가는 경우가 많다”며 “기사들이 입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천안~청주간 노선을 독점운영하고 있는 ㈜금남고속 관계자는 “배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외버스 관계자는 “입석과 지정좌석제에 대해 민원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타 시외버스터미널과 공동으로 인터넷 사전예매 서비스를 구동하려 노력 중이며 입석의 경우는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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