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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창호를 닮은 나현 초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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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 2국>
○·구리 9단 ●·나현 초단

제2보(17~27)=준결승 첫판에서 구리 9단은 꽤 떨었다. 쿵제에 이어 구리마저 꺾인다면 중국은 나현이란 소년에게 쌍두마차가 모두 무너지고 만다. 그걸 우려하는 소리가 중국에서도 있었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나현 초단은 이창호를 빼닮은 침착함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이창호 9단은 바둑의 종사(宗師)다. 같은 고향에서 태어난 나현이란 소년이 이창호의 격조를 이어받았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1국을 불계로 이긴 후 구리는 움직임이 한결 가벼워졌다. 반대로 막판에 몰린 나현은 어깨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17만 해도 “대범하지만 실속이 어떨까”라는 애매한 평가를 받았다. 백△로 쳐들어오면 ‘참고도1’ 흑1로 붙여 근거를 빼앗는 게 상식이다. 나현은 그러나 백이 뻗는 대신 ‘참고도1’ 2로 두어 6까지 가볍게 처리하는 게 싫었다. 박영훈 9단은 “그렇더라도 붙여야(A자리) 했다”고 말한다. 백을 너무 쉽게 살려준 감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나현의 바둑은 이창호처럼 자못 유장한 맛이 있다. 21만 해도 그렇다. 한가한 듯하지만 22로 머리를 내밀면 23으로 들어간다는 차분한 구상이다. 26은 정수. ‘참고도2’ 백1로 끊는 것은 B와 C, 맞보기에 걸려든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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