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도시바·파나소닉…일본 '가전'들 한국서 죽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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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팔아 먹을 것이 없다." 최근 서울에 주재하는 일본 가전사 경영진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표현이다.

도시바코리아.JVC코리아 등 한국에 진출한 일본 가전업체들이 소비자 가전분야의 주력 상품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수 년 전부터 삼성.LG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휴대전화.TV.컴퓨터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면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독도영유권 문제 등으로 반일(反日)감정이 거세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일본 가전업체들은 가전보다는 전문 방송장비 판매 등 기업간 거래(BtoB) 사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도시바 코리아의 경우 출범 당시에 노트북 사업부문과 함께 PDP.프로젝션TV 등을 판매하는 영상가전부문이 양대 사업이었다. 하지만 영상가전 분야는 이후 1년 동안 짧은 '좋은 시절'을 보낸 뒤 현재 사업철수 직전 단계까지 와있다. 담당자가 한 때 10명이 넘었으나 이제는 부서장을 포함해 단 두 명만 남아 기존에 판 제품에 대한 사후 서비스 관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바 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노트북 부문이 한국 내 시장점유율에서 12%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 것마저 경쟁력을 잃을까 염려하고 있다 "며"앞으로 노트북을 이어갈 다양한 소비자 가전제품을 연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소형캠코더를 출시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JVC코리아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범 당시 소형캠코더는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주력모델이었지만 최근에는 20%대까지 떨어졌다.

JVC관계자는 "캠코더 대신 평면TV 등 고가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삼성이나 LG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고민스럽다 "고 털어놨다.

1995년 소비자 가전을 중심으로 한국 땅에 진출한 일본의 대표적 전자회사 소니도 수 년 전부터 방송장비 쪽으로 힘을 싣고 있다.파나소닉은 회의용 프로젝터를 팔기 위해 기업체나 교회 등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정보기술(IT) 붐이 일면서 국내 전자회사 제품의 질이 급속하게 좋아졌다"며 "소비자들은 이제 일본제품과 국산품 간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를 제외한 일본 가전사들은 1999년에서야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풀리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현재 JVC.파나소닉.도시바.마쯔시다 등 8개의 가전사들이 한국에서 현지법인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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