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 지상IR] LG화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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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뭇 여성들이라면 갖고 싶어했던 물건이 있었다. 바로 '동동 구리무' . 락희(樂喜)화학공업사가 만든 회심의 역작이었다.

얼굴에 찍어 바를 변변한 화장품 하나 없던 시절이었기에 동동 구리무는 아낙네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석탄산수지로 만든 뚜껑이 잘 깨져 소비자의 거센 항의가 빗발친 것. 회사 경영진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본과 미국으로 백방을 향해 뛰었다.

그 결과 도입된 것이 플라스틱이다. 회사가 플라스틱 가공제품을 대량 생산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LG화학의 모태가 이 락희화학공업사다. LG화학은 국내 화학산업을 주도해오며 성장을 거듭했다.

1998년 순이익 5백36억원을 올리더니 지난해는 3천억원을 달성했다. 게다가 올해는 신약인 퀴놀론계 항생제를 개발, 한국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건너 이 회사는 또다른 항의를 받게 된다. 지난 4월 '대주주 주식 고가매입 논란' 이 바로 그것이다.

회사는 구본무 그룹 회장 등이 갖고 있던 LG유통 주식 1백64만주를 주당 15만원(총 2천4백67억원)에, 구자경 명예회장 등의 LG칼텍스정유 주식 1백18만주를 주당 11만원(총 1천2백98억원)에 매수했다.

하루 동안 지난해 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들여 대주주들의 계열사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그러자 기관투자가들의 반발이 거셌다. "회사가 번 자금을 사외로 유출시킬 수 있느냐" "경영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 고 분노한 것. 일부 기관들이 LG화학 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교롭게 주가 하락기까지 겹쳐 지난해 말 4만5천8백원으로 고점을 찍은 LG화학의 주가는 하락을 거듭, 13일 현재 1만2천9백원이다.

그래서 회사측'이 플라스틱을 도입한 것처럼'은 '회사 분할' 이라는 획기적인 '칼' 을 빼들었다.

LG화학.LG CI.LG생활건강으로 3분한다는 고강도 방안이다.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칠 이번 계획은 내년 증시의 화두 중 하나가 될 참이다.

회사측은 "기업분할로 인해 개별 사업의 전문화와 효율성이 증대되고 투명경영이 가능해질 것" 이라고 의욕이 대단하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황형석 수석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그룹 지배구조에 대해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가 최대 과제"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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