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배수, 300억 대출 해결해주고 수억원 받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47·구속 기소)씨가 은행 대출 청탁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울산지검 특수부(부장 김관정)는 박씨가 울산의 코스닥 상장업체인 A사에 300억원대의 대출을 알선해 주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박씨에게 청탁한 정황이 있는 사업가 강모(58)씨와 권모(47)씨 등 2명을 이날 서울과 울산에서 각각 체포했다.

 이번 수사가 이른바 ‘형님 게이트’ 수사의 뇌관으로 작용할지도 관심이다. 현재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박씨의 금품수수 혐의 수사 과정에서 이 의원의 여비서 임모(44)씨 계좌에 2009년 9월부터 2011년 11월 사이에 괴자금 7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파악하고 그 출처를 추적 중이다. 합수단은 또 이 의원이 프라임저축은행으로부터 퇴출 저지 로비 명목으로 4억원을 수수했다는 첩보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정황이 드러나고, 조사가 필요하면 이상득 의원도 소환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의원 보좌관 신분인 박씨가 혼자 힘으로 제1금융권인 경남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일으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대출 과정에 이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 수사의 핵심 인물인 박씨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이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7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인물이다.

 검찰은 이날 체포된 권씨 등이 박씨에게 대출 청탁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건넸고, 이후 은행 대출이 실현되자 박씨는 다시 A사 대표에게 사례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더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다.

 대출은 2009년 3월 200억원, 6월 100억원 등 두 차례 이뤄졌으며 시설자금이었다. 돈을 보낸 곳은 경남은행 울산 야음동 지점이다. 불과 4개월 사이 300억원의 은행 대출금이 이 업체에 넘어간 것이다. 당시 대출을 했던 야음동 지점장 김모씨는 창원에서 지점장으로 근무 중이다.

 A사는 울산지역 특수비철금속 기계제작회사다. 이 회사는 1998년 설립돼 2003년 코스닥 상장업체로 발전설비, 해양플랜트 등에 들어가는 신소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대출금 가운데 12억원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공장을 증축 확장하다 보니 부지대금이 필요했고, 담보도 좋고 해서 은행 측에서 직접 찾아가 대출 유치를 했다. 타 은행에서도 서로 대출하려고 했다. 당시 본점에서도 까다롭게 심사를 했다. 지금도 이 회사는 이자를 잘 갚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