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근들 파워게임 강력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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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을 방문해 아기를 안고 있는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총선공약 실천본부’ 출범식이 열린 충북도당을 찾아 “총선이 끝난 지 며칠 됐다고 사실이 아닌 왜곡된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게 당 안에 떠돌아다니고, 또 확대·재생산되고, 언론플레이 하고, 이래서 당의 모습이 흐트러지고, 이렇게 갈등과 분열로 가는 모습을 국민들한테 보이면 (새누리당은) 또 한번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선 승리 후 벌어진 핵심 측근들 간의 갈등이 권력다툼 양상을 보이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는 특히 “경선도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하면 되지 뒤에서 계속 언론플레이 하고 뭐가 어떻게 짜여져 있느니, 있지도 않는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당을 아주 흐리게 만들고, 국민들이 정말 또 정치권이 저짓을 하느냐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은 당을 해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총선 때 약속한 것처럼 잘하지 않으면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란 말을 세 차례나 되풀이한 뒤 “우리 당은 자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잘못하면, 이런 구태한 모습을 보이면 용서를 빌 데도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선 최근 당 대표에 황우여 원내대표, 새 원내대표에 박근혜계 핵심인 서병수 의원, 정책위의장에 역시 박근혜계인 현 이주영 의장, 최고위원에 박근혜계 유정복·이혜훈 의원, 정우택 당선인 등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일종의 ‘섀도 지도부’ 명단인 셈이다.

 이뿐 아니다. 박 위원장의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이 제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당선인을 공천하고 비호했다는 주장이 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에 의해 제기되는 등 파워게임 조짐마저 나타났다. 박근혜계 이혜훈 의원은 최근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는 게 제 짐작”이라고 했고, 유승민 의원도 “쓴소리하는 사람들도 박 위원장을 만나야 하는데 전화통화도 어렵다”고 해 두 사람이 사실상 최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박 위원장이 당내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발언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대선후보 경선 룰 문제를 놓고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박(非朴)’ 그룹에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명시적으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정몽준 의원의 이름을 거명한 건 아니지만 그는 “민생을 챙기기보다는 정쟁이나 다른 것부터 해야겠다면, 그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야지 총선이 치러질 때는 가만히 있다가 끝나자마자 이런 식으로 분열을 일으키는 일은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경선 룰 문제를 앞세워 압박해 오는 ‘비박’ 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의 경고 메시지와 동시에 새누리당에선 서병수·최경환·유승민 의원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박 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의원과 함께 19대에 입성한 박 위원장의 최측근 4인방으로 분류된다.

 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원내대표가 돼서 정치가 바뀌면 국민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지만 당의 화합과 단결이 우선시돼야 한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당 대표나 원내대표 경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했고, 최경환 의원도 “선출직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정복 의원은 “당 대표나 원내대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지금 나간다 만다고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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