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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킹 메이커’ 윌리엄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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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스티브 윌리엄스(왼쪽)와 타이거 우즈.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이 26일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가장 좋은 계절, 세계 최고의 골프 스타들이 샷 대결을 펼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대회다. 제주에서 서울 인근으로 경기 장소를 바꾸면서 아시아 최고 대회로 성장했다. 상금은 약 33억원으로 국내에서 둘째로 상금이 많은 대회에 비해 3배가 넘는다. 지난해 디 오픈 우승자인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와 양용은(KB국민은행) 등 뛰어난 선수들이 우승을 다툰다.

올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는 선수가 아닌 사람 중에도 화제의 인물이 있다. 애덤 스콧(32·호주)의 가방을 메는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49·뉴질랜드)다. 그가 12년 동안 함께 한 타이거 우즈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한국에 왔다. 그러나 우즈를 그림자처럼 따르던 윌리엄스는 이번이 첫 방한이다. 우즈가 한국에 온 것은 정식 대회가 아니라 이벤트 행사에 왔기 때문이다.

우즈와 윌리엄스는 단순한 캐디와 선수 관계 이상이었다. 윌리엄스는 우즈의 메이저대회 14승 중 13승을 함께했다. 윌리엄스는 우즈보다 우즈의 상태를 더 잘 알았다. 그래서 가끔 보스에게 거짓말도 했다. 우즈가 지나치게 흥분했을 때는 평소보다 거리가 더 나기 때문에 거리를 좀 줄여 불러주는 식이었다. 윌리엄스는 역대 최고의 캐디로 꼽힌다.

스티브 윌리엄스(왼쪽)와 애덤 스콧.

두 사람이 틈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우즈의 스캔들 이후였다. 우즈의 스윙 코치로 일하던 행크 헤이니는 최근 발간한 책 『빅 미스』에서 윌리엄스가 스캔들 이후 우즈에게 분노했다고 한다. 폭로 사이트 등에서 윌리엄스가 우즈의 여성편력을 잘 알며 더러는 깊이 개입된 것으로 사실과 달리 보도됐는데 우즈가 이에 대해 전혀 변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우즈에게 몇 차례에 걸쳐 사과를 요구했다. 우즈는 윌리엄스를 만나주긴 했다. 그러나 윌리엄스를 만난 후 헤이니에게 “캐디가 돈을 올려 달라더라”며 비웃었다고 말했다. 우즈의 캐디로 일할 때 윌리엄스는 경기에 방해가 되는 갤러리나 사진기자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충성을 다 바쳤으나 차갑게 버림받았다는 것이 헤이니의 증언이다.

우즈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윌리엄스가 2011년 US오픈에서 왜 하필 애덤 스콧의 가방을 멨느냐는 것이다. 우즈와 스콧은 미묘한 갈등 관계다. 스콧이 데뷔할 때 실력도 좋고 잘생긴 백인 선수이기 때문에 언론은 우즈와 라이벌 관계를 조성하기도 했다. 스콧은 우즈보다 더 우즈 같은 스윙을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우즈가 타이거 슬램을 할 때의 코치인 부치 하먼이 스콧도 가르쳤기 때문이다. 우즈가 하먼을 떠난 이유 중의 하나는 코치가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선수에게 알려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다른 선수가 바로 스콧이었다.

2011년 초 부상을 당한 우즈는 US오픈 참가 여부를 윌리엄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사정을 모르는 윌리엄스는 뉴질랜드에서 무작정 대회장인 미국으로 갔다가 우즈가 불참하자 마침 캐디가 없던 스콧의 가방을 메게 됐다. 스콧의 가방을 든 것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격이었다. 윌리엄스는 해고됐고, 스콧의 전담 캐디가 됐다. 스콧은 지난해 월드골프 챔피언십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후 “윌리엄스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면서 우즈를 망신시켰다. 우즈에게 인종차별적인 험한 욕도 했다.

윌리엄스는 “캐디가 너무 말을 많이 한다”는 비난을 들은 후 입을 닫았다. 우즈도 타격이 크다. 헤이니는 “윌리엄스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가는 뛰어난 캐디인데 그를 놓친 것은 우즈의 큰 손해”라고 말했다. 스콧은 윌리엄스와 함께 한 지난 두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톱 10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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