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프라이버시'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

중앙일보

입력

세이프넷 2000(SafeNet 2000)에서 포리스터의 한 컨설턴트는 MS가 소비자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솔루션 하나 내놓지 않는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빌게이츠가 낙관적인 어조로 MS의 세이프넷 2000 보안 정상회담을 개막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포리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 Inc.)의 존 맥카시는 그 모두를 호되게 비난했다.

포리스터의 대정부 담당 그룹이사인 맥카시는 ''인터넷 프라이버시 문제''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몇 가지 논점에 대한 빌게이츠의 의견에 정면으로 맞섰으며, 온라인 프라이버시는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 문제임을 나타내는 냉혹한 사실들을 제시했다.

그는 향후 4년에 걸쳐 온라인 보안 및 프라이버시를 다루기 위한 정부의 간섭이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맥카시는 "프라이버시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연설을 끝낼 때까지 자신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제목을 4번이나 반복했다.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부 기업들은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맥카시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 사항을 4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스팸에 대한 염증이며, 둘째는 침해당한다는 느낌이다. 리얼네트웍스(Real Networks Inc.)가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사실이 폭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느낌을 받았다.

세 번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발견하면 온라인에서 피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일부 사용자들이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해 품고 있는 악몽에 가까운 환상이다.

"그 기술이 낡은 것이 되고, 우리가 스마트 냉장고와 인터랙티브 TV를 갖게 되면, 이런 우려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신기술들은 두려움을 증가시킬 것이며, 나는 무선 기술이 프라이버시 논쟁의 폭심지(爆心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처음에 스팸은 편지함으로 들어왔으나 이제는 데스크톱 PC로 들어온다. 메일을 체크하는 동안 자신에게 배달된 실시간 정크 메일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소비자들을 질리게 만든다."

이어서 맥카시는 몇 개의 부정적인 예상 수치를 제시했다. 1만 가구를 상대로 한 어떤 조사에서는, 소비자의 65%가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해 ''매우 우려''하거나 ''극도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연령·성별·수입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맥카시는 사업체들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면서 프라이버시 우려가 지난해 온라인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42억 달러 규모의 사업 수행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사업체들의 54%가 온라인 상거래를 중단하거나 둔화시켰다고 덧붙였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정말 모든 것이 그토록 좋지 않은 상태라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맥카시는 이 점에 관해 보기 드물게 허심탄회한 태도를 취하면서, 컨퍼런스 주최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람을 비난했다. 그는 기업들이 그들의 기술을 사업 촉진제로 여길지라도 소비자들은 그것을 잠재적인 프라이버시 위협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운행 정보 파악(follow-where-you-drive) 기술인 MS의 오토PC(AutoPC) 같은 것을 보고, 일각에서는 그 속에 진정한 독재자가 도사리고 있음을 본다."

그는 닷컴사들의 교만이 소비자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이 너무나 형편없이 설계됐기 때문에 문제를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파이어스톤(Firestone)이 대부분의 기업들이 웹사이트를 설계하는 식으로 타이어를 제조한다면, 이번 리콜은 창해일속에 불과했을 것이다."

맥카시는 프라이버시 옹호자들이 고질적인 염세주의자가 됐으며, 그들의 메시지를 정말로 중요한 논점에 두지 않음으로써 소비자들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과학 기술자들의 경우, 끊임없이 ''최고로 좋은 최신 제품''을 내놓으면서 그것이 실버불렛(silver bullet)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실버불렛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한편 입법자들은 정확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으며 규제자들은 이미 무력화돼있다.

그는 "특정한 사람을 꼬집어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단체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시작됐다

맥카시는 정부 규제에 대한지지 의사도, 비난 의사도 표시하지 않았지만 정부 규제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특히 사업계에서는 어떤 종류의 규제든, 규제는 나쁜 것이라는 의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가 인터넷에 더 이상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진한 사람이다."

그는 사업체가 아직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지라도 업체 스스로 규제를 요구하는 단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체들은 안정성을 원한다. 승자는 언제나 그들의 선도적 위치를 강화하기 위해 규제를 모색한다. 닷컴사들이 특허 신청을 하는 모습에서 이런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에 패자는 규제 완화를 원한다. 1970년대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일본 제조업체들에게 패배하면서 정부에게 의존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소비자들 역시 정부 간섭을 요구할 것이며, 인터넷이 납세 신고 같은 업무의 정부측 창구가 됨으로써 정부 관여가 필요해질 것이다.

맥카시에 따르면, 사실상 이미 그런 식의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건강보험 휴대 및 책임법(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같은 법령을 인용하면서,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미 법규화돼있는, 점점 복잡해지는 프라이버시 규제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6개월 후면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법규가 소비자들에게 꼭 위안이 되란 법은 없지만 기업들이 규제를 따르도록 조금씩의 부담은 준다."

향후 4년간 정부 규제 3단계로 진행될 듯

맥카시는 향후 4년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보안 및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3단계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이 문제가 명백해지고 프라이버시에 관한 논쟁이 양극화된다.

두 번째 단계는 소비자들이 프라이버시 문제에 익숙해지거나 중요한 보안 손상 같은 자극적인 사건을 감수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이 문제를 둘러싼 입법 혼란이 심각해지고 주체하지 못할 정도까지 될 것이다.

"이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의 하나는 무선이다. 무선이야말로 예측불허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획기적인 프라이버시 사건을 만들 것이다."

맥카시는 지금부터 4년 후에 시작될 마지막 단계에서 포괄 입법, 주요 기업의 해킹 가능성, 단일한 프라이버시 일괄 법안의 통과를 예상하고 있다.

미안해요, 빌게이츠

이런 주장은 아침에 빌게이츠가 행했던 거의 낙천적인 기조연설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빌게이츠는 정부 간섭에 대한 질문을 능숙하게 받아넘기면서 연설을 마쳤는데, 그는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역할을 과소 평가하면서, 정부는 단순히 법집행 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주장하는 프라이버시 정책을 따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그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맥카시는 거리낌없이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심지어 그는 빌게이츠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6.0과 차기 윈도우 버전인 휘슬러 시연회에서 강조했던 P3P(Platform for Privacy Preferences) 스펙을 둘러싼 흥분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P3P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사실 내가 우려하는 바는 브라우저 색깔이 계속 붉은 색으로 나오면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사이트는 P3P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웹사이트들이 P3P를 할 수 있을까? 거기에는 사이트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사이트의 적법성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실버불렛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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