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부인 숨었나 갈라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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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드밀라 푸티나

세 번째 임기 시작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57)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 류드밀라 푸티나(54)의 행방이 묘연하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23일 ‘러시아의 예비 퍼스트레이디는 어디로 사라졌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타임스는 “최근 류드밀라의 행방을 놓고 무성한 소문이 돌고 있다”며 “류드밀라와 푸틴 부부에 관해 인터넷 검색을 하면 나오는 연관 검색어가 ‘수도원’과 ‘이혼’”이라고 소개했다. 과거 러시아에는 헤어진 부인을 수도원으로 보내는 전통이 있었는데, 푸틴이 류드밀라를 수도원으로 보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문은 이어 수년간 류드밀라의 모습이 공개된 적이 거의 없었다며 지난달 푸틴 부부가 나란히 대선 투표장에 나타났을 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류드밀라는 푸틴이 2008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총리가 된 이후 지금까지 거의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현재 그가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신문은 “류드밀라가 어디에 사는지 확신 있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태”라며 “보이지 않는 류드밀라가 앞으로 6년간 러시아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크렘린의 한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푸틴과 부인의 관계가 매우 악화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류드밀라의 묘연한 행방 때문에 이들 부부에 관한 수많은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류드밀라가 소치의 별장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푸틴이 체조선수였던 알리나 카바예바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푸틴이 스파이에서 속옷 모델로 변신한 안나 채프만과 새로운 로맨스를 시작했다는 등의 소문이다.

 푸틴 부부의 불화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혼설과 별거설이 끊이지 않았다. 2008년엔 “푸틴이 류드밀라와 이혼하고 오랜 염문설의 주인공 카바예바와 재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일간지 모스코프스키 커레스폰덴트가 발행정지명령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밸런타인데이엔 푸틴 대통령 부부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 ‘오프더레코드로 키스를’이라는 영화가 제작됐다. 영화는 푸틴이 스튜어디스였던 류드밀라에게 한눈에 반해 청혼했고, 냉전시절엔 함께 동독에 머물다 귀국 후 크렘린을 장악하는 과정을 그렸다. 당시 러시아 정계에서는 이 영화가 푸틴 부부의 불화설을 잠재우고 대통령 임기 말인 푸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선전용이라고 분석했다.

 더 타임스는 “다음 달 7일 푸틴의 대통령 취임식에 이어 17일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류드밀라가 등장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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