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손가락 절단 사고, 공장보다 가정에서 더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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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손가락 절단과 같은 수부 손상은 전형적 산업재해였다. 절단기의 안전장치가 미흡한 데다 기술마저 숙련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요즘엔 수부 손상의 유형이 변하고 있다. 우선 사고 발생 장소가 작업장에서 가정과 유원지로 바뀌었다.

 강남수병원 양재영 부원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자신의 병원을 찾은 2461명의 수술 환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작업장에서 다친 환자는 760명으로 가정에서 손상된 773명보다 오히려 적었다. 다음은 길거리 409명, 유원지 355명, 학교 112명 순이었다. 특히 계절별로는 겨울(564명)보다 봄(601명), 여름(658명), 가을(638명)에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양 부원장은 “나들이철에는 심리적으로 들뜨기 쉬운 데다 차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차량 문에 의해 손을 다치는 안전사고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의 비중이 커지는 것도 유의해야 할 사항. 전체 환자 중 674명으로 27%를 차지했다. 여성의 수부 손상 발생 장소는 가정과 작업장이 고루 분포됐다. 양 부원장은 “가정에선 주방, 작업장에선 비숙련에 의한 수지 절단 사고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안전사고는 집중력이 떨어질 때 발생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시간대별로는 오전(25.6%)보다 오후(49.3%)에 발생하는 사고가 월등히 많았다. 요일별로는 토요일이 17.3%로 가장 많았고, 평일은 사고 발생률이 12~14%대로 비슷했다. 양 부원장은 “날씨가 더워지고, 야외활동이 많아지면 심리적으로 이완돼 안전사고가 늘어난다”며 “특히 주말 오후를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손가락을 다쳤을 때는 먼저 깨끗한 헝겊으로 손상된 부위를 압박하고, 119를 부른다. 기다리는 동안 손을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둬야 출혈을 줄일 수 있다.

 손가락 일부가 잘렸다면 절단된 부위를 잘 보관해 수지 접합 전문병원으로 가져가야 한다. 양 부원장은 “절단된 부위가 마르거나 얼면 조직이 손상돼 접합 성공률이 떨어진다”며 “젖은 거즈 또는 천에 절단 부위를 싸서 종이컵에 담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장거리 이동 시에는 섭씨 4도의 냉장 보관이 좋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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