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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시골마을 ‘농약 수돗물’ 날벼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한적한 시골마을 식수원에 누가 농약을 살포했나?’ 충남 홍성군 금마면 죽림리 배양마을 주민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1979년부터 33년간 이 마을에 식수를 공급하던 집수장 물탱크 안에서 농약이 발견된 20일부터다. 이 마을 114가구 주민 250명은 논농사와 밭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왔다. 절반 이상은 50대 이상이다.

 충남 홍성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10시30분쯤 이 마을 야산에 있는 상수도 물탱크 안에서 농약병 3개와 살충제 3봉지가 담겨있는 것을 상수원 관리업체 E사 직원 최모(30)씨가 발견했다.

 최씨는 이날 청소를 하기 위해 오전 9시쯤 단수조치를 하고 현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물탱크 속 바닥에 제초제 ‘근사미’ 300mL 플라스틱 병 3개와 살충제 ‘파단(2kg)’ 3봉이 놓인 것을 발견한 것이다. 집수장 주변에 둘러쳐진 높이 2m정도의 격자 형태 철제 울타리 중 일부가 절단기 등으로 잘린 상태였다. 물탱크에 부착된 시건장치도 파쇄된 상태였다.

 근사미 병 3개 모두에는 이미 농약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파단 가운데 절반은 물탱크 바닥에 녹지 않은 상태로 깔려 있었다. 물탱크(용량 30t)는 높이 5m, 폭 3m의 정사각형(스테인레스) 형태다. 근사미는 주로 아카시아 나무 뿌리 등을 고사시킬 때 사용하는 제조제다. 인체에 흡수될 경우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파단은 나방류 등을 구제하는 살충제이며 중추신경을 차단해 신경을 마비시킨다.

 상수원 관리업체는 이 물탱크를 1달에 1번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왔다. 농약이 발견되기 전 마지막 검사 일은 3월12일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최대 한달 이상 이 마을 주민들이 농약에 오염된 물을 마셨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상당수 주민들이 “4월 들어 설사와 식욕부진, 어지럼증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렬 이장은 “4월 5일 갑자기 숨이 막히고 구토와 피부 가려움 증세로 1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농약이 언제 살포가 됐는지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결과가 나오는 1주일 뒤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홍성지역 농약상 을 대상으로 최근 농약을 구입했던 사람을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집수장 주변에 CCTV가 없는 데다 목격자도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마을 주민 250여명을 상대로 홍성의료원 등에서 검진을 실시했다. 주민들에게는 병에 식수를 담아 공급하고 있다. 생활용수 부족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 물탱크 3개를 긴급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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