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만 오세요 … 따뜻한 치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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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에서 의료진이 지체장애인을 진료하고 있다. 이 병원은 치료 중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고정장치를 사용한다.

“종범아, 고개 움직이지 마-.”

 제32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지적 장애 1급인 이종범(14·가명)군의 충치를 치료하던 의사 김운평(47)씨가 그에게 말했다. 치료 시작과 동시에 온몸을 비틀기 시작해서였다. 이날 종범이 충치 치료에는 김씨와 치위생사 등 모두 4명이 매달렸다. 종범이의 온몸을 특수 밴드로 싸맸지만 격한 몸부림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어머니 김경복(39)씨가 합세 하고서야 치료가 제대로 이뤄졌다. 보통 15분 정도 걸리는 치료가 45분이 넘어서 끝났다. 김씨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종범이는 그래도 얌전한 환자에 속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종범이와 같은 지적 장애인의 경우 음식물 씹기를 잘 못하기 때문에 구강상태가 엉망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은 2005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문을 열었다. 진료비가 일반 치과에 비해 30~50% 싸다. 이 치과는 몸을 고정시키는 장치부터 전신마취를 위한 마취실도 갖췄다. 통증을 잘 못 참는 영·유아 장애인에게는 수면마취가 종종 사용된다.

 그러나 지체 장애인이 20만 명이 넘는 서울시에 장애인 전용 치과는 이곳과 종로구 신교동의 푸르메나눔치과 단 두 곳이다. 그래서 늘 장애인 환자들로 붐빈다. 이날 이 치과를 찾은 장애인 환자는 70여 명 . 제주도에서 온 환자도 있었다. 일반 치과는 대개 장애인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 2~3배 오래 걸리는 진료시간 때문이다. 장애인 최모(33·정신장애 6급)씨는 “한 번은 동네 치과에 갔는데 정신장애 때문에 약을 먹는다고 했더니 쫓아내더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경우 장애인 진료에 더 많은 장비와 수고가 든다며 병원비를 두 배 이상 비싸게 받는다.

 복지재단(푸르메재단)에서 운영하는 푸르메나눔치과는 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상근 치과의사 1명과 자원봉사 치과의사 3명이 장애인 환자를 본다. 상도동에서 부인과 함께 치과를 운영하는 석도준(39)씨는 3년째 매주 금요일이면 푸르메나눔치과에서 무료 진료봉사를 한다. 석씨는 “장애인의 의료기회 보장을 위해선 일본과 같이 장애인 환자를 받는 병원에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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