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종북 논란 … 주사파 민혁당 출신이 당권파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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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을 둘러싸고 종북(從北)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인이 논란의 중심이다. 향후 당대표와 대권 후보 선정 과정에서 계파 간 입장 차이에 따른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현재 당권파는 NL계 출신이 주류다. 문제는 당권파 중 일부가 민족민주혁명당(이하 민혁당) 사건 관련자라는 데 있다. 1998년 공안당국에 적발된 민혁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주요 강령으로 삼았다.

 이석기 당선인은 민혁당 경기남부위원회 위원장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당 전략기획통인 이의엽 선거대책본부장도 민혁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울산 북 선거구에서 낙선한 김창현 후보는 98년 적발된 영남위원회(이적단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민혁당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영남위원회도 민혁당 산하 조직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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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혁당 재건파, 정치권에서 종북활동=민혁당은 ‘강철서신’으로 유명한 주사파의 대부 김영환씨와 하영옥(광명성), 박모(관악산 3호)씨를 중앙위원으로 해 만들어진 지하 운동조직이다. 김씨는 91년 5월 북 공작원의 안내로 서해상에서 잠수함을 타고 북에 다녀온 후 민혁당을 조직했다.

 하지만 정작 김씨는 묘향산 별장에서 김일성을 만난 후 혼란에 빠진다. 김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이 보여준 현실은 기대와 전혀 달랐다”며 “진정한 주체사상(인간중심 철학) 외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계획경제, 국유화 등은 버려야 했다”고 고백했다. 이와 관련, 한기홍(『진보의 그늘』 저자)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민혁당 해체 후 하영옥씨를 비롯한 일부 하부 조직원들은 당 재건 활동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NL계의 핵심으로 학생운동을 한 최홍재(은평갑 새누리당 후보)씨도 “민혁당 재건파가 정치권에 들어와 종북활동을 이어갔다”며 “국민의 대의자로서 책임을 지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종북 씌우기에 대한 반발도=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측은 “과거 전력을 문제 삼는 것은 전형적 색깔론”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이석기 당선인은 사상범”이라며 “민혁당 사건도 총책인 김영환씨 진술 외에 신빙성 있는 근거나 본인의 인정 진술 등 객관적 팩트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며 사법부 판결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 당선인은 2005년 국군기무사령부가 국정감사에 ‘간첩 분류’라는 자료로 제출한 것이 언론에 실명 보도되자 기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보안사범이지만 간첩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다른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학생운동 때와 달리 공당(公黨)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 을 위해 일하겠다는 뜻 아니냐”며 “사상 검증 강요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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