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불신’은 소통 부족 때문 … 반핵단체 대표 만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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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1200명과 친구를 맺고 있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16일 인터뷰에서도 소통을 강조했다. [안성식 기자]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과천 관가에서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소통의 첫 단계는 자신부터 열어보이는 것이다. 그의 명함엔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다. 차관 자리에만 가도 으레 비서실 번호만 남기는 게 과천 관가의 관례를 벗어난 것이다. 처음 직원들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울릴 것”이라며 말렸다. 그는 “해봤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취임 5개월이 지난 지금 그가 ‘괜히 명함 줬다’ 싶었던 적은 딱 한 차례뿐이었다고 한다. 재래시장에서 명함을 건넨 상인들도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매너 있게’ 정중한 문자로 보내더라고 했다.

 국내 산업계는 요즘 교착상태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골목상권 몫까지 뺏어간다며 아우성이고, 대기업들은 정치권의 ‘때리기’가 난무한다고 불만이다. 유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경제에 주름살을 늘리고 있고,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은폐로 불거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요구와 불만이 정부를 향해 빗발치면서 홍 장관의 ‘소통의 힘’도 시험대에 올랐다. 16일 장관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결국 문제는 일자리다.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연초부터 기업 투자를 독려해 온 연장선이다. 국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과 함께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U턴’ 기업 지원, 외국인 투자 활성화 대책이 포함될 것이다.”

 -U턴 기업 지원책은 뭔가.

 “세제 지원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한·유럽연합(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국내로 다시 돌아오려는 기업들이 생기는 조짐이 보인다. 수도권의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정부가 지원을 해주지 않나. 그런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

 지경부는 최근 KOTRA와 함께 해외 진출 기업들에 대해 ‘U턴 수요’를 조사했다. 실제로 복귀를 검토하는 기업들이 제법 있었다. 중국에 1000여 명을 고용한 한 제조업체의 경우 한·미 FTA 발효 이후 유턴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면 무관세인 반면, 중국에선 10%의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득달같이 오르는 현지 인건비도 이 기업이 U턴을 고민하게 한 원인이다. 현재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정부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7년간 전액, 이후 3년간 50%를 깎아준다. 여기에 지역투자촉진보조금도 나간다. 지경부에 따르면 그간 400여 개 기업에 4000억원가량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대기업 비판 목소리가 크다.

 “지식경제부를 다른 말로 하면 기업부다. 중소기업·대기업·중견기업 모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권의 과도한 ‘재벌 때리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이 빌미를 준 부분도 있다. 골목상권 진출이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자업자득의 성격이 있다.”

 -대기업에 주문할 게 있나.

 “사회적 책임은 당사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실현하는 게 좋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동반성장이다. 당장은 손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대기업에 도움이 된다. 성과공유제를 정착시켜 ‘성과공유제 장관’이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다.”

 -이익공유제를 주창하는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은 성과공유제를 가리켜 ‘성과 없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정부도 반성할 대목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 성과공유제는 2006년 법에 규정됐지만 권장사항일 뿐이었다. 매뉴얼이나 모범이 될 만한 모델이 없었다. 이걸 바꿔놓겠다. 곧 성과공유 확인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중소 상생협력재단에 이를 등록하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대부분 포스코와 그 자회사들만 등록하고 있다. 지경부 담당자들을 포스코에 보내 교육을 받도록 할 생각이다.”

 -다음 달 지경부 내 중견기업국 신설 등 중견기업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중소기업 몫이 주는 것 아닌가.

 “아니다. 오히려 중소기업에 이익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면 100여 가지의 국가 지원이 사라진다. 그래서 일부러 기업을 쪼개 규모를 줄이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 결과 중소기업에 가야 할 지원이 ‘위장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왜곡이 생긴다.”

 -유가가 고공 행진 중이다. 오늘 내놓은 대책도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2008년에 유류세를 내렸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유류세를 내리면 혜택을 누가 보겠나. 차가 있는 사람들, 상대적 부자들이다. 다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와 고리원전 사고 은폐로 원자력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소통이 부족했다. 원자력은 어려운 데다 그동안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고리에 갔더니 지역 주민들은 ‘많이 알려주고 보여달라’고 요구하더라. 그런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니 작은 사건이라도 생기면 평지풍파가 이는 것이다. 앞으로 자료를 적극 제공하고 충분히 설명도 할 것이다. 장관들부터 반핵·탈핵단체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들어와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피할 이유가 없다. 이달 중에 직접 대표들을 만나 대화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이 여전히 원가 이하다. 인상 계획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서민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찬반 양론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해외 자원개발 감사 결과를 내놨다.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 높아졌지만 정작 국내로 들여온 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원 개발은 일반적인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실패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영국의 북해 유전은 영국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데, 이 유전의 탐사 과정에서 30번 넘는 실패가 있었다. 현재 수출의 주역인 반도체나 자동차도 처음 시작할 때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나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너무 시간을 쏟는다는 얘기도 있다.

 “페이스북 친구가 현재 1200명 정도 된다. 주로 이동할 때나 잠자리에 들기 전 시간을 활용한다. 업무엔 전혀 차질이 없다. 소통하느냐 못하느냐는 열정의 차이에서 나온다. 결코 시간이 얼마나 있느냐와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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