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 대종상 내년엔 확 바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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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달라지느냐" 는 공격적 질문에 유동훈(59.사진) 영화인협회 비상대책위원장(영화인협회장은 현재 공석)은 "그렇다" 고 대답했다.

결과는 나중에 판단할 일이지만 일단 지금보단 크게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고의 연륜이 쌓인 대종상을 두고 나눈 대화다.

내년으로 38회를 맞는 대종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공정성.객관성 문제로 종종 논란을 빚었던 대종상의 운영체계가 수술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변화의 핵심은 관객 끌어안기다. 소수 영화인의 자축잔치에서 벗어나 일반인과 함께 호흡하는 축제로 탈바꿈을 시도한다.

우선 행사기간이 한달 이상으로 늘어난다. 지난 10월 첫선을 보였던 한국영화축제를 흡수.통합해 영화팬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장터로 꾸밀 계획이다.

"대종상 축제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1년 동안 제작된 한국영화를 관객과 함께 즐기는 영화제, 신인 배우.감독.스태프 등을 따로 떼어 격려하는 신인영화상(한국영화계의 선각자인 나운규를 기리는 춘사영화제를 흡수), 한국영화음악축제, 그리고 대종상 본상 시상식(내년 4월 25일 예정)으로 나눌 생각입니다."

산발적으로 운영된 여러 영화제를 모아 응집력을 키우는 동시에 일반인의 관심도 적극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공정성 문제도 관객의 목소리에서 실마리를 찾겠다고 했다.

"예심을 생략하는 대신 부산.대구.광주 등 지역별로 관객들의 반응을 집계해 본심 심사자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본심 심사위원도 현재의 15명에서 30~50명으로 늘려 영화 각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입니다." 유 위원장은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정지영 영화인회의 이사장.유인택 제작협회장 등 관계자들과 수시로 접촉해 사전조율을 마무리했고, 일선 영화 관계자들도 예전부터 대종상의 혁신에 공감한 터라 앞으로 별다른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실 영화계 만큼 분열된 곳도 드뭅니다. 신구(新舊).보혁(保革)의 갈등이 극심했지요. 하지만 내년 대종상이 과거의 상처가 다소나마 봉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각각 보수파.개혁파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화인협회와 영화인회의가 지난 한국영화축제에서 손을 잡은 것은 그 시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옥석을 가리는 영화제 본뜻보다 축제의 형식을 빌린 사람몰이로 대종상 자체가 상업적 행사로 변질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엔 "오랜만에 영화계가 반목.질시에서 벗어나 화합.단결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달라" 고 당부했다.

요즘 활기를 띠고 있는 한국영화의 현주소에 걸맞게 대종상도 새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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