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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 예방' 비타민도 잘 골라야 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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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 해군의 최대 고민은 선원들에게 유행하는 정체불명의 괴질이었다. 잇몸에서 피가 나고 관절이 아프다가 숨지곤 했다.

수 년 이상 육류와 곡류만 먹고 채소나 과일을 먹지 않아 발생한 비타민C 결핍증(괴혈병) 때문이었다.

1747년에 이르러서야 군의관 제임스 린드가 비타민C가 풍부한 레몬을 공급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타민C를 알약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된 것은 1930년대에 가능했다.

전세계 의사들이 가장 많이 읽는 교과서인 머크매뉴얼은 20세기 의학계 10대 업적 중 비타민의 발견과 합성을 항생제와 백신에 이어 3위로 선정했다.

현재 비타민은 인류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건강보조식품의 하나다. 최근 밝혀진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비타민과 관련한 궁금증을 분야별로 짚어본다.

◇ 비타민의 효능=양파껍질 벗겨지듯 비타민의 새로운 효능이 밝혀지고 있다. 비타민의 효능은 크게 세가지. 활력증진 효과가 첫째다.

곡류의 탄수화물이 열량을 발휘하는 휘발유라면 채소나 과일 속의 비타민은 신진대사를 돕는 일종의 연비 향상제다. 피로회복은 물론 학업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많다.

둘째 질병예방 효과를 지닌다. 암.심장병.뇌졸중.고혈압.치매.백내장.당뇨 등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부분의 질환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른다.

셋째는 노화예방 효과다. 비타민A.C.E가 노화를 유발하는 유해산소를 차단하는 항산화작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얼마나 섭취해야〓인체가 자체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비타민은 니아신과 비타민D뿐이다.

나머지 비타민은 모두 음식이나 알약을 통해 섭취해야한다. 하루 필요한 비타민 양을 정한 것이 일일 권장량. 보건복지부의 국민영양실태 조사결과 한국인은 비타민A를 제외한 비타민은 모두 음식을 통해 일일 권장량 이상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일일 권장량은 비타민결핍증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권장량을 의미한다.

야맹증(비타민A) .각기병(비타민B) .괴혈병(비타민C) .구루병(비타민D) 등은 걸리지 않지만 활력증진과 질병예방.노화예방이란 효능을 누리기엔 부족하다는 것. 최근 미국립보건원이 비타민C 일일 권장량을 60㎎에서 2백㎎으로 대폭 상향 조정할 것을 건의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심지어 비타민C의 경우 일일 권장량의 1백배가 넘는 메가요법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 맞춤형 복용시대=자신에 맞게 성분별로 골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첫째 원칙은 바쁜 직장인처럼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에너지 대사를 돕는 비타민B 위주로, 또 만성질환자나 노인은 항산화기능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A.C.E 위주로 섭취하는 것. 임신부라면 엽산과 비타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엽산은 기형아 출산율을 떨어뜨리며, 비타민□는 임신초기 입덧을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비타민의 성분별 함량은 시판 중인 상품의 라벨을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 알약인가 식품인가=원칙적으로 비타민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미국립보건원이 추천한 방식은 하루 다섯차례 이상 채소나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바쁜 현대인은 실천하기 어렵다. 따라서 차선책이지만 비타민이 함유된 알약의 복용은 중요하다.

대부분의 비타민은 알약으로도 식품 못지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비타민E는 화학구조상 알약보다 식품의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위장 내에서 흡수되는데 유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타민E는 들기름이나 땅콩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 주의사항〓암환자는 비타민제 과량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비타민이 암세포를 죽지 않게 해 오히려 해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비타민이 암을 예방하는 데엔 도움이 되지만 이미 암에 걸린 사람에겐 해로울 수 있다.

소변으로 배설되지 않는 비타민 A.D.E 등 지용성비타민은 정상인이라도 과량 복용해선 안된다. 비타민D는 하루 권장량의 다섯배만 초과해도 식욕감퇴.변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도움말 주신 분>
▶서울대의대 해부학교실 이왕재 교수
▶한국비타민정보센터 윤연정 실장
▶서울중앙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교수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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