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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찰 재수사 진짜 ‘몸통’ 겨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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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어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인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과정에 연루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의 재수사가 분수령을 맞게 됐다.

 검찰은 먼저 박 전 차장의 통화 대상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차장이 전화를 걸어온 휴대전화는 최종석(42·구속) 전 청와대 행정관이 2010년 7월 7일 장진수(39) 전 총리실 주무관에게 넘겨줬던 차명폰이다. 이 차명폰은 장 전 주무관이 그날 총리실 컴퓨터를 파기한 직후 반납됐고 이후 계속 최 전 행정관이 사용해왔다. 검찰은 이 차명폰 착신자 목록에서 ‘박영준’이라는 이름을 발견했고, 추가 조사 결과 그가 박 전 차장임을 확인했다. 검찰은 박 전 차장이 특수목적으로 은밀하게 개설된 차명폰의 번호를 알고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경위를 의심하고 있다.

 통화 시점이 2010년 7월 23일 오후 11시30분쯤이라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이날은 이인규(56)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56) 총리실 점검1팀장이 불법사찰 등의 혐의로 구속된 날이다.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한 시간이 오후 11시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장 발부 직후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동통신사 기지국 분석 결과 휴대전화 발신지가 이 전 지원관 등을 변호한 K법무법인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초동 Y빌딩이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검찰은 박 전 차장이 당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 전 지원관 등의 구속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가 영장이 발부되자 최 전 행정관의 차명폰으로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박 전 차장이 당시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박 전 차장을 소환하기 위한 증거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날 진경락(45) 전 총리실 기획총괄과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새로 확인된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 400만원 중 매달 280만원을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상납한 혐의(업무상횡령)를 받고 있다.

진 전 과장은 검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K·C비서관이 L(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서면진술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석·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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