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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가 포기한 생명, 메디컬 코리아가 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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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6일 서울대병원 암센터에서 퇴원을 앞둔 아랍에미리트 환자 무함마드(왼쪽)와 아버지 이즈마일(가운데)이 주치의인 이비인후과 원태빈 교수와 담소하고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센터 6층 특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온 무함마드(17)는 아버지 이즈마일(46)과 함께 퇴원 준비에 한창이었다. 무함마드는 나흘 전 이 병원에서 코 뒤쪽에 생긴 7㎝ 크기의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윗입술만 약간 부어 있을 뿐 큰 수술을 받았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무함마드는 “숨쉬기가 편해져서 한결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 전 희귀 질환인 ‘비인두 혈관섬유종’ 진단을 받았다. 코 뒤쪽에 생긴 종양이 커지면 시력을 잃거나 뇌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현지 병원에서는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다른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던 이들 부자(父子)는 아부다비 보건청 추천으로 한국을 찾았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원태빈 교수가 수술을 맡았다. 출혈이 많은 수술인데 무함마드는 피를 구하기 어려운 RH- O형이었다. 이 때문에 영상의학과 교수가 약물을 넣어 혈관을 괴사시키는 색전술을 통해 출혈을 줄였다. 뇌에 영향이 갈 수 있어 신경외과 교수도 대기했다. 6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원 교수는 “콧구멍을 통해 내시경을 집어넣고 입술 안쪽 5㎝를 자른 뒤 종양을 꺼내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았다”며 “협진시스템이 잘 돼 있고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 없이는 어려운 수술”이라고 말했다.

 ‘오일 머니(oil money)’를 앞세운 부유층이 많은 중동에 ‘의료 한류(韓流)’ 바람이 불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1월 아부다비보건청과 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 등 국내 대형병원 4곳 간의 환자송출계약 체결을 성사시킨 데 따른 성과다. 5개월 만에 간·신장이식 환자 등 5명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관절염·척추굴곡증 환자 등 3명도 치료를 앞두고 있다. 환자송출계약을 추진 중인 두바이보건청에서도 간 이식 환자 등 3명을 보냈다.

 아부다비 의료진이 포기했던 만성신부전 환자 파티마 알 알리(34)는 지난 1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최근 아랍 최대 일간지 알이트하드는 ‘알 알리는 아무런 희망 없이 한국에 갔으나 지금은 영원한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간경화 말기라 비행기 탑승조차 여러 차례 거부당했던 두바이 환자 무함마드 알 마리(58)도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얻었다. 중동 환자는 성형수술은 거의 없고 암·장기이식 등의 중증 환자가 많다. 간 이식을 한 알 마리는 2억5000만원, 신장 이식을 한 알 알리는 1억5000만원을 의료비로 쓰고 갔다.

17일부터 사흘간 서울코엑스에서는 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메디컬 코리아, 제3회 글로벌 헬스케어·의료관광 콘퍼런스’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36개국 700여 명이 참석해 각국의 보건의료 수요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중동에선 4개국 정부 관계자 12명이 참석한다. 특히 아부다비보건청은 이 기간 동안 신촌세브란스·우리들병원·차병원 등 국내 6개 의료기관을 시찰할 예정이다. 여성질환과 관절·척추, 재활 분야 병원들과도 환자를 보내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다. 이라크도 전문병원 진출, 이동병원·앰뷸런스·의약품·의료기기 수출 등을 놓고 우리 정부·병원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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