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수의 싱가포르뷰] 세계 경기부양 최대 수혜는 아시아 카지노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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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아시아에 카지노 열풍이 불고 있다. 카지노가 외화벌이의 짭짤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PWC에 따르면 전 세계 카지노 매출 중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29%에서 2015년엔 4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아시아 카지노 산업의 ‘메카’인 마카오에서는 지난주 대형 카지노가 문을 열었다. 미국 기업인 샌즈가 44억 달러(약 5조원)를 들여 대형 카지노를 개장했다. 이 매장을 포함해 마카오에만 35개의 카지노가 있다. 이미 2007년 이 지역 매출은 카지노 산업의 ‘메카’인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했다.

  이곳 싱가포르 역시 관광업을 미래 핵심 전략 산업으로 설정한 후 오랜 논쟁 끝에 2010년 두 개의 대형 카지노를 개장했다. 이곳은 지난해 60억 달러 매출을 올렸고, 덕분에 싱가포르 관광산업 규모는 17% 커졌다.

  마카오와 싱가포르의 성공을 전례 삼아 동남아시아 국가의 카지노 설립 경쟁이 지난 몇 년 새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최근 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 등에 대형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개장하면서 싱가포르 카지노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캄보디아는 수도 프놈펜과 앙코르와트가 위치한 시엠리아프에 새로운 카지노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일본은 세계 카지노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일본에는 아직 카지노 설립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1만2500여 개에 이르는 빠찡꼬 가게가 성행하고 있다. 연 매출이 2415억 달러에 이른다. 마카오 매출의 7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등 세계 카지노 업계가 일본 시장 개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카지노 업체인 샌즈의 셸던 애덜슨 최고경영자(CEO)가 일본 도쿄에서 ‘종합 리조트 건설의 경제효과’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다. 게다가 대지진 후 한국이나 동남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다시 일본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카지노밖에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카지노 산업 허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셈이다. 세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많은 국가가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중단기 경기부양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이런 정책 방향의 최대 수혜업종이 카지노 산업이다.

사행산업이나 이권산업인 카지노 산업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카지노를 관광산업 활성화의 핵심 인프라로 선택하고 있다. 과거 서울 시내 조개구이집이나 노래방이 늘어난 것처럼 아시아에서 카지노가 우후죽순으로 문을 열고 있다. 어느 곳이 살아남을까.

작게는 이들 카지노의 승패가 강원랜드나 GKL 같은 국내 업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크게는 동남아 국가의 카지노 설립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이 한국 관광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홍수 KIARA 주식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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