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외야수 유망주 (3) - 코리 패터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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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야수 유망주의 재능을 평가할때 자주 쓰는 표현 중의 하나가 '파이브툴스 플레이어(5Tools Player)'다. 다섯가지 재능을 가진 선수라는 이 표현은 보통 정확성, 파워, 스피드, 강한 어깨, 포구능력을 가진 선수들, 즉 공수주를 겸비한 선수들을 말한다. 당연히 스카우트들은 이런 선수들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런 파이브툴스 플레이어들의 빅리그 성적을 보면 명암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토론토의 라울 몬데시와 몬트리올의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비교해보자. 이들 모두 데뷔 후 호타준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파이브툴스 플레이어로서 손색이 없지만 이제 이들 둘의 평가와 성적은 전혀 다르다.

그럼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선구안과 인내심이다. 선구안과 인내심은 타자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공을 더 많이 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좀더 정교하고 파워있는 타격이 가능하다.

항상 타석에서 조급한 몬데시는 이를 극복하지 못해 매년 성적이 떨어졌고 이제는 비싼 연봉 때문에 팀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반면에 게레로는 데뷔 후 약점이었던 선구안과 인내심에서 해마다 나아지고 있으며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내셔널리그 최고의 타자가 되었다.

또다른 파이브툴스 플레이어인 애틀란타의 앤드류 존스도 작년에 부진했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선구안과 인내심에서는 나아졌기 때문에 올해 존스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그들의 말대로 존스는 데뷔 후 최고의 해를 보냈고 올스타전에도 출전하였다.

여기에 소개하는 20살의 어린 선수도 모두가 다 인정하는 마이너리그 최고의 파이브툴스 플레이어다. 그럼 이 선수의 미래는 어떨까?

98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3위로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패터슨은 늦게 계약하는 바람에 99년이 되서야 프로생활을 시작하였다. 계약만 했을뿐 게임은 한번도 뛰지 않았던 패터슨은 99년 당시 컵스의 유망주 리스트의 맨 위에 있었다. 이는 그만큼 컵스에 쓸만한 유망주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사람들이 패터슨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99년에 싱글 A에서 패터슨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마이너를 통틀어서 관중을 흥분시키는 선수였다. .320의 타율, 15게임 연속안타, 20개의 홈런과 무려 17개의 3루타, 6할에 가까운 장타율. 그는 출루율을 제외한 모든 공격 부문에서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두었다. 또 수비에서도 중견수인 패터슨은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 범위가 넓었고 강한 어깨를 자랑했다.

33개의 도루와 17개의 내야안타를 기록한 패터슨의 스파드를 어떤 스카우트는 이렇게 표현했다. '외야수들 사이로 떨어지는 타구는 대부분 2루타이고 외야수의 키를 넘으면 모두 3루타다'.

경기를 하는 자세도 도저히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어린 선수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완벽해 보이는 그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사사구 숫자였다.

선구안과 인내심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수치인 사사구 숫자와 사사구/삼진 비율에서 그는 좋지 않았다. 475타석에서 고작 25개의 사사구를 기록했었고 85개의 삼진을 당했다.

85개의 삼진은 파워히터로서는 그리 많은 수치는 아니지만 사사구/삼진 비율이 1/3이 넘었다. 물론 패터슨이 단순히 치고 달리기만 좋아하는 선수만은 아니지만 적은 사사구 숫자는 분명히 염려가 되는 점이었다. 그리고 올해에 그는 선구안 때문에 프로 생활 첫 시련을 맞이하였다.

대부분의 고졸 선수들이 최소한 반년간은 뛰는 하이클래스 싱글 A를 건너뛰고 올시즌을 바로 더블 A에서 뛰기 시작한 패터슨은 시즌 초반부터 고전하기 시작했다. 투수들은 패스트볼을 좋아하는 패터슨을 변화구와 체인지업으로 유인하였고 선구안이 약했던 패터슨은 덕분에 타율이 시즌내내 2할 중반을 계속 맴돌았고 삼진수는 100개가 넘었다. 또 왼손투수에게 2할도 안되는 타율을 기록하면서 왼손투수에 대한 심각한 약점도 드러내었다.

그러나 여전히 22개의 홈런을 치면서 파워는 보여주었고 사사구 숫자가 늘면서 사사구/삼진 비율은 작년보다 나아졌다. 그리고 후반기에 또다른 강타자인 최희섭이 오면서 견제가 줄어들자 그는 후반기와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팀은 그와 최희섭 덕분에 더블 A 서던리그 챔피언이 되었다.

작년과 올해의 패터슨을 보고 그의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성급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고작 20살 밖에 안되었고 20살에 더블 A에서 풀 시즌을 뛰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트리플 A에서 뛰게 될 패터슨이 앞으로 어떠한 선수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의 선구안과 인내심이 될 것이다.

코리 패터슨 (Corey Patterson)

- 시카고 컵스 외야수
- 1979년생
- 178cm
- 80Kg
- 우투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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