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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4월까지 부실기업 구제"

중앙일보

입력

옌칭장(顔慶章.52) 대만 재정부장은 내년 4월까지 빚이 많은 회사들의 연착륙(소프트 랜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경제전문통신 다우존스가 4일 타이베이발로 보도했다.

다우존스 보도에 따르면 옌 부장은 지난 1일 인터뷰에서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는 회사들을 위한 조치로 은행이 기업들에 대한 여신 통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들은 산업 및 상업부문 회사들을 돕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앞으로 추가 지원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옌 부장은 은행과 부실기업들이 일단 위기를 넘기면 부실은행 합병과 대손(貸損)금 정리, 자산관리회사 설립을 위한 외국자본 유치 등 보다 강도 높은 은행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뛰어난 정치적 감각의 소유자인 옌 부장은 지난 10월 초 재정부장에 발탁됐으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아 보였다. 굳건하던 경제 성장률은 둔화되고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며, 대기업들이 부채상환 부담에 시달리고 은행들은 악성채권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그의 전임자는 재임 5개월 만에 주가폭락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나 야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계속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정부를 뒤흔들고 있으며 일부는 옌 부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옌 부장은 전임자와 달리 한층 풍부한 경험과 정치적 수완을 발휘, 사태에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옌 부장은 지난 주말 30여개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최근 정부 정책이 은행 여신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은행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뒤 내년 4월까지 기존 여신라인을 그대로 유지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언급, 이번 조치가 은행들의 위험을 가중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으로 부채 상환기간 조정을 원하는 기업들이 최근 늘어남에 따라 은행들의 악성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옌 부장은 시중은행들의 위기는 관리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모든 대출금은 담보를 갖고 있고, 시중 은행이 담보물을 처분할 때 보는 손해율도 1달러당 30센트에 불과하며 이자 및 원금 상환이 정지된 부실 대출금도 지난 9월말 현재 시중은행 전체적으로 5.36%에 불과해 위험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상환이 연기된 준(準)부실분을 포함한 전체 부실 대출금도 1조940억 대만달러(미화 331억달러)로 시중은행 전체 여신의 8.2% 수준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시중 은행들의 올해 순이익이 2천550억 대만달러에 이를 전망이고 대손 충당금 규모도 1천830억 대만달러에 달해 은행들이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옌 부장은 전망했다.

옌 부장은 '이같은 조치는 기업들에 연착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은행들은 대신 주식시장에서 잃은 손실금 상각 기간을 향후 10년간 연장하는 보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자금사정 악화를 우려하는 은행들이 이미 단기 차입자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조치가 은행들의 여신 확대를 유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홍콩=연합뉴스) 홍덕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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