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컴퓨터 바이러스 '당신을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이틀만에 피해접수 신고 1천여건.추정피해는 그 10배 정도''.

e-메일로 퍼지는 나비다드 바이러스가 지난달 중순 국내에 상륙,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다행히 백신으로 치료하면 손상된 데이터는 복구가 가능해 피해정도는 크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출몰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 시만텍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998년엔 하루에 평균 7.4개가 발견되는데 그쳤으나 99년엔 91.7개, 올해엔 무려 5백54개꼴로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늘어만 가는 이유에 대해 안철수연구소 황미경 대리는 "바이러스 제작에 대한 노하우와 관심이 늘어났고 네트워크와 인터넷이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전에는 플로피 디스크로 파일을 복사해야 바이러스에 걸렸지만 이젠 인터넷의 발달로 파일교환이나 e-메일을 통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바이러스의 증가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외산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나비다드의 경우 외국에서 신고된지 이틀만에 국내에 들어왔다.외국에서 발견된 지 몇시간만에 국내에 상륙하는 경우도 있다.미국의 주가가 곧바로 전세계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로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는 바이러스의 공진(共振)현상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적지 않다. 인터넷 연구및 미디어기업인 미국 인포메이션위크 리서치는 컴퓨터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인 손실규모가 올 한해에만 3만9천3백63인년(人年:한사람이 1년간 하는 작업량)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금액으로는 1조5천2백억 달러나 된다. 이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내 5만여개 기업이 컴퓨터 바이러스로 입은 피해는 2천6백60억달러로 미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한다.

국제보안협회(ICSA)에 따르면 한대의 컴퓨터가 한번이상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30%정도. 이를 복구하는데는 한대당 2천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계산이다.

외국산 바이러스가 크게 늘어나며 국내외 바이러스치료업체들간의 기술개발과 시장쟁탈전도 뜨겁다.

시만텍 안티바이러스 방지연구소(SARC)의 경우 한번 구축에 1천만달러∼1천5백만달러나 드는 수퍼컴퓨터가 바이러스 샘플을 자동으로 접수·분석·테스트해 백신까지 만들어낸다.

시만텍코리아의 조진구 마케팅 팀장은 "보통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백신을 만드는데 빠르면 2∼3시간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시만텍은 올 연말 백신프로그램 7.5버젼을 출시,한번 백신을 사면 세계 4곳에 있는 SARC가 바이러스가 나올때마다 개발한 백신으로 자동적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바이러스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은 개발도상국의 개발자들. 그중 불가리아는 ''다크어벤저'', ''Dir_Ⅱ''등의 바이러스 생산국으로 유명하다. 러브 바이러스도 필리핀에서 만들어졌다.

안철수 소장은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고 저작권법이 허술해 불법복제가 성행하기 때문에 능력있는 프로그래머들이 의욕을 잃고 개발보다는 악성프로그램 제작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러스가 반드시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안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견되는 90%의 바이러스는 연구용.제작자와 백신업체만 알뿐 일반인에게 퍼지지 않는다.

어떤 백신도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열쇠는 누가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을 한시라도 빨리 개발하고 이를 널리 퍼뜨리냐에 있다. 지난달 28일∼2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백신업체들의 협력기구인 에이바(AVAR)국제회의에서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다양한 퇴치책들이 나왔다.

앨런 다이어 에이바 기술이사는 "아직까지 많은 사용자들이 백신 설치와 엔진 업데이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바이러스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것처럼 백신 업체들도 인터넷을 이용해 백신 설치와 엔진 업데이트를 자동으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마무라 모토아키 SARC소장도 "바이러스 샘플입수·분석·백신 개발에서 일반소비자에게 공급되기까기 모든 과정이 자동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세기를 한달 앞둔 지금, 바이러스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들이 각 곳에서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