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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7회 기업혁신대상 성광전자 영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제품에 맞서는 자체 브랜드 전략, 원시적 가내수공업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역(逆)발상, 단 두명의 현장 생산직원으로 14억원의 연간 매출을 거둔 자동화 시스템….

제7회 기업혁신대상(大賞) 수상업체들을 보면 경제위기 돌파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해 지난 1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선 성광전자(대통령상)를 비롯해 6개 업체가 상을 받았다. 공기업인 농업기반공사를 제외한 5개 업체가 모두 지방의 중소업체다.

박내회(서강대 경영대학원장)심사위원장은 "구조조정이 목적이 될 수는 없고 적극적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이야말로 우리 기업의 살 길이라는 점을 실증하는 사례" 라고 강조했다.

◇ 마케팅 혁신〓성광전자는 대기업 못지 않은 위기관리 프로그램과 공격 마케팅으로 일본 제품의 파고를 넘었다. 주력제품인 전기밥솥의 올해 국내시장 점유율이 1위(36%)다.

전기밥솥이 1998년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되자 업계는 일본 제품의 득세를 시간문제로 보았다.

국내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외제품이 일제 전기밥솥이라는 설문조사도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사활을 건 생산.판매 혁신운동(RPM-액션-Q)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구자신 사장은 "20년 넘게 가전제품만 만들었기 때문에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제품홍보와 마케팅 경험이 부족한 게 숙제였다" 고 말했다.

회사를 설립한 뒤 LG.필립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치중해온 성광전자는 98년 4월 쿠쿠(CUCKOO)라는 자체 브랜드로 모험을 시작했다.

독립 판매법인을 세우고 서비스센터를 전국 50여군데로 늘려 마케팅과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했다.

탄탄한 자금력(부채비율 46%)으로 대기업에 버금가는 총 50억원의 광고비를 쿠쿠 브랜드 알리기에 쏟았다.

일본 제품에 맞서기 위해 제품력을 높이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열효율.코팅 등 핵심기술의 연구개발 투자를 더 늘리고 하급기술은 과감히 외주로 바꿨다.

이 덕분에 성광전자의 생산라인은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선정 한국 1백대 우수 제조공장에 꼽혔다.

◇ 생산 혁신〓SH일렉트로닉스는 가내수공업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독특한 생산방식을 도입, 중국산에 버금가는 원가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트랜스포머.코일 등 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청주 용담동 등지의 아파트 단지 50여가구 주부에게 조작하기 쉽게 특수설계한 생산설비를 나눠주고 조립공정을 분업화했으며, 충북 청원군 공장에선 조립만 한다. 이런 생산방식 때문에 정규직원 8명으로 올해 16억원의 매출을 기대한다.

서울대 박진우 산업공학 교수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도전을 받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가 비상근 유휴인력을 활용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유력한 방법" 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하루 5~8시간 틈틈이 일하는 주부들에게 월평균 30만원을 지급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유휴인력인 가정주부를 활용해 정규생산직 근로자를 고용할 때의 3분의 1 수준의 인건비로 물건을 만들고 있다.

이광성 사장은 "원화 가치가 달러당 9백원 밑으로 높아져도 중국산 제품과 경쟁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지난해 14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창폴리텍은 공장 현장에 생산직원은 두 사람뿐이다.

이동준 사장은 "품질의 이상을 자동 추적할 수 있는 기기를 자체 개발해 쓰고 있기 때문에 현장 직원은 두명이면 충분하다" 고 설명했다. 사무직까지 종업원 수가 10여명으로 1인당 매출 2억원에 도전장을 던졌다.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모니터 등을 만드는 시스컴은 제조에 관한 핵심기술에 힘을 모으면서 디자인.정보시스템 개발.자재구매.설계 등 제품 생산을 대폭 외주에 맡겼다.

공장없이 제품 개발에만 몰두해 설립 3년여 만에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했다.

신우전자는 대기업(LG전자)과 협력해 원가절감 등 경영혁신을 이룬 사례로 꼽힌다.

1일 결산회의, 6시그마 품질혁신운동 등을 벌여 1인당 생산성을 30% 높이고 재고를 36% 줄였다. 이에 힘입어 유선 전화기 분야에서 국내 1위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농어촌진흥공사.농지개량조합.농지개량조합연합회 등 3개 기관을 통합하면서 인력감축과 업무 표준화를 잘한 점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 심사위원
▶박내회 서강대 경영대학원장(심사위원장)
▶강승일 대한상의 회원사업1본부장
▶김경식 산업자원부 유통서비스정보과장
▶박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백원장 인텍크텔레콤 대표(가나다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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