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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행복해지고 싶은가 … 경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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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행복은 휴식과 여유가 아닌 경쟁을 통해 찾아가는 것이다.” 토드 부크홀츠는 신간 『러쉬!RUSH』에서 일반적인 행복론에 반기를 든다. 사진은 지난해 8월 호주 칼구리에서 열린 ‘디거앤딜러스 광업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토드 부크홀츠. [블룸버그]

러쉬! RUSH
토드 부크홀츠 지음
장석훈 옮김, 청림출판
364쪽, 1만5000원

“울퉁불퉁한 낯선 길에 들어가니 안전벨트를 매라”던 저자의 충고가 맞았다. 던지는 이야기마다 통념을 뒤집어 울렁증이 날 지경이다.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이롭고, 은퇴를 하는 순간부터 둔해지며, 우리는 경쟁과 도전을 즐기기 때문에 경쟁은 행복에 이르는 길”이란다.

 이런 도발적 주장을 담은 책은 토드 부크홀츠의 신간 『러쉬! RUSH』. 저자는 화제작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로 유명하다. ‘느림’과 ‘이완’의 삶이 부각되는 시대에 그가 경쟁과 도전의 의미를 부르짖고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그를 e-메일로 만났다.

 -평범한 행복론에 대한 도발적 선언이다.

 “행복전도사들은 경쟁 사회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문제를 다룬 최근의 균형 잡힌 연구는 이런 통념을 뒤집었다. ‘여유 있게 하라’는 말은 우리를 고무하기보다 우울증과 기타 질환으로 이끄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부크홀츠는 그 근거로 뇌과학·인류학·생물학·경제학 등의 최신 연구 결과를 눈앞에 들이댄다. 인간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온 만큼 인간의 경쟁적 본성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도전과 경쟁을 즐기고, 경쟁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주장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아닐까.

 “물론 나무늘보 같은 삶을 행복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적이라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차를 사고, 바쁜 스케줄을 쪼개가며 손자를 볼 짬을 내려고 애를 쓰겠는가. 근로자들은 하루 늘어난 휴가보다 수당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빈둥거리는 것보다 일이 행복과 더 강한 상관 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휴식이나 여유의 의미는.

 “휴식과 명상으로 얻는 평온한 감정이나 위안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평온함의 추구는 신기루일 수 있다. 휴식도 가끔 할 때 의미가 있다. 매일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 수는 없다.”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 자아를 찾자며 윌든 호숫가를 찾았던 19세기 미국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반기를 든다. ‘단순한 삶’과 ‘단순 무지한 삶’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평화롭고 단순했던 에덴시절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에덴주의자’에게 날 선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에덴주의자의 가장 큰 문제는.

 “현대 사회의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휴식이 필요한 것도 맞다. 하지만 2012년을 과거의 한 때로 맞바꾼다면 어느 시절로 갈지, 자문해 봐라. 아마 돌아가려 하지 않을 거다. 에덴주의자는 자기 기만을 하고 있다. 그들은 자유 시장체제와 현대 사회를 비판하지만 그들이 가정하는 유토피아에서 누리는 것들이 경쟁으로 얻어졌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부크홀츠는 인정사정 없는 자연과 포식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 사이의 협력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경쟁의 역설인 셈이다. 그 경쟁은 인류에게 손실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왔다. 그는 한국의 예를 들었다. 1960년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52세였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0달러에 불과했지만 경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이제 한국의 1인당 GDP가 이미 2만 달러를 넘었고, 기대수명도 30년 이상 길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파괴적 경쟁이 아닌 건설적 경쟁을 강조했다.

 “기업 운영에 대한 이야기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경쟁심도 필요하다. 경영은 조직 내에 경쟁이란 윤활유를 집어넣는 것이다. 개인 대 개인의 경쟁일 필요는 없지만 회사 내에서 부서 간 내부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애플과 1950~60년대 GM이 그 성공사례다.”

 경쟁을 앗아가는 사회에 대한 우려도 드러낸다. 책에서 그는 “복지정책은 정신을 고양하기보다 비참한 정서를 더 강화시킨다”는 다소 민감한 발언도 했다.

 -한국 사회의 화두는 복지다. 땀 흘려 일할 의지를 떨어뜨리는 ‘응석받이 문화’와 ‘보모(nanny) 국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인간은 본래 호기심이 많고 경쟁적인 존재다. 의식주 등을 제공하는 ‘보모 국가’의 의도 자체는 좋다. 하지만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굳이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소모시키는 것은 진정한 위협이다. ”

 -경쟁보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살려주고 그들의 감성계발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우려했다. 사회 전반의 하향 평준화 문제를 지적했다.

 “경쟁을 지양하는 환경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도한 포상을 남발하면 아이들에게 시련이 닥쳤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키워주는 것은 요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토드 부크홀츠=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백악관 경제 정책 보좌관을 역임하고 헤지펀드 회사에서 펀드 매니저로도 일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와 『죽은 CEO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마켓 쇼크』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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